대부분 연령제한 걸려 … 재교육 기관도 드물어
비정규직 채용 허다 … "기업 - 정부 함께 시책을"
▲ 28일 인천시 부평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일자리 한마당'을 찾은 구직자들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28일 오전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6 인천 일자리한마당'을 찾은 김선영(가명·52)씨는 주최 측에서 마련한 '표준이력서 및 자기소개서'를 눈으로 훑어보고 있었다.

"다행히 학력은 안 물어보네요."

이력서는 지원자 성명과 주소, 연락처 등 비교적 기본적인 사항만 묻고 있었다. 차례대로 써 내려가던 김씨의 손이 '주요 경력사항'에서 멈췄다.

"얼마 전까지 일했던 사업장은 A 전자부품회사지만 소속은 B 용역업체였는데…"라며 고민하던 김씨는 결국 A 회사로 적었다. '자격증 및 특기사항'은 건너뛰며 "운전면허증도 없어요"라고 멋쩍게 웃었다.

별다른 전문경력이 없는 중년여성들의 일자리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인천과 경기지역 우수 중소기업 70개사가 참여했다. 경력 단절 여성들의 재취업을 돕는 '새로일하기센터'는 지자체별로 나와 취업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었다.

몇 곳에 이력서를 넣고 면접도 본 김씨는 "그 시절 사정이 어려워 잘 못 배우고 공장에서만 일했던 사람들은 일 구하기 힘드네요"라며 발길을 돌렸다.

'산업은 곧 공장'으로 여겨지던 시대에 일했던 김씨와 같은 중년여성들에게 경력 단절 여성 지원 사업은 이처럼 '풍요 속 빈곤'이다.

제조업에 취업하려해도 연령 제한에 걸리는데다 정직원이 아닌 용역업체에 채용되는 비정규직이 허다하다.

젊은 구직자들처럼 스펙 쌓아 다른 직종에 도전하려고 해도 마땅한 교육 기관 조차 없다.

전문가들은 인천시와 지자체가 내놓는 시스템 자체는 나쁘지 않다는 입장이다. 경력 단절 여성들의 재취업을 돕고 있는 '새일센터'나 '여성인력개발센터' 등이 각종 교육프로그램으로 취업 기회를 넓히고 있다.

그러나 과거 제조업 단순 직무에서 일하고 혼인·육아로 산업현장과 멀어진 중년여성들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당장 생활비나 자녀 양육비, 노후 자금이 시급한 이들은 용역업체 등 비정규직에 몰릴 수밖에 없다.

관계자는 "교육할 수 있는 인원이 한정적이고 내용도 기업이 원하는 바와 동떨어진 경우가 있어 사회 요구만큼 이뤄지지 못하는 것 같다"며 "기업에서도 중년여성을 뽑아 재교육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정부 시책과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중부지방고용청 자료를 보면 2015년 인천 경력 단절 여성의 수는 12만1000명으로, 2014년 11만2000명에 비해 1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