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5도 평화수역 탐방
시민단체·정당관계자 26명
조기역사관·해변 등 둘러봐

"중국어선이 300척까지 오면 바다가 까매요. 내 집 앞에서 쌍끌이로 싹쓸어가는 걸 지켜봐야만 하는 심정을 누가 알겠어요."

연평도에서 꽃게잡이로 32년째 생계를 이어온 조창열(54)씨. 매일 어선을 타고 아침 일찍 바다로 나가지만 빈 그물로 들어오는 게 이젠 익숙하다. 조씨와 어민들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이젠 두손 두발 다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조씨는 "18년 전만 해도 정말 꽃게밭이었다"라며 "인천시나 정부 공무원들이 일주일만이라도 직접 와서 살아보고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평도는 중국어선 불법조업과 남북 긴장의 아픔이 있는 곳이다. 지난 1~2일 인천지역 시민단체와 정당 관계자, 시민 등 26명이 서해평화수역 탐방단을 꾸려 섬을 둘러봤다. 평화를 기원하며 남북이 서해에서 함께 조업하고, 수산물을 거래하길 기원하는 행사였다.

남북 공동 조업과 수산물 거래는 지난 2007년 남북이 체결한 '10·4 남북공동선언'에서 처음 제안됐고,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6월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이 극심할 때 재차 강조한 바 있다.

탐방단은 2일 아침 연평 앞바다로 나가 치어 100마리를 방류했다. 치어들이 남북을 오가며 살을 찌우고, 어민의 그물을 가득 채우길 바라는 마음이 함께 뿌려졌다.

탐방단 관계자는 "북방한계선(NLL) 해상에 수산물 시장 보조선을 띄우고 남북 어선이 수산물을 거래한다면 서해 분쟁이 사라지는 동시에 중국어선 불법조업까지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탐방단은 조기역사관, 제1·2차 연평해전지, 평화공원, 구리동해변, 민간인 희생자 추모비, 망향전망대 등을 둘러봤다.


/연평도=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