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교범 하남시장이 오랜 재판 끝에 결국 시장직을 상실했다. 대법원은 27일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기소돼 재판중인 이 시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집행유예를 확정했다.

이 시장은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현행법상 선거와 관련하여 벌금 100만원 이상 또는 다른 범죄로 금고형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 된다. 이 시장은 지난 2010년 6월, 제 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인들과 가진 식사자리에서 자신을 지지해달라는 사전선거운동과 식대 50만원을 지급한 혐의로 고발당했다. 이후 검찰수사가 시작되자 평소 알고 지내던 장애인단체장에게 "식대를 당신이 낸 것으로 진술해 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공범에게 허위진술을 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1심에서 "허위진술을 대가로 상당한 양의 이권을 챙겨주는 등 공정하지 못한 시정을 펼쳤다"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의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판결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선거법 위반이라면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르면 된다. 하지만 법원은 선거법 위반 못지않게 '공정하지 못한 시정'과 그 후의 행동을 심각하게 바라봤다. 2심 재판부는 "이교범 하남시장은 허위진술에 협조해준 사람에게 약점을 잡혀 하남시와의 청소용역체결부터 시작해 불필요한 신문광고의 제공 등 집요한 이권청탁 요구를 들어줘야 했다. 이로 인해 불공정한 시정을 펼치게 됐다."고 지적했다. 문맥상 '자기비호권 및 방어권 행사의 일탈 혐의'에 대한 설명 같기는 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보다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꼭 대가를 주고받는 거래가 아니더라도 시정을 펼치는 데 있어서 공정성을 얼마나 무겁고 엄중한 가치인지를 새삼 돌아보게 한다.

비단 단체장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권한 있는 공직자라면 누구라도 새겨들어야 할 덕목이다. 말이 필요 없을 만큼 당연하고 또 존중돼야 할 가치가 오늘 법원을 통해 이처럼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만큼 많이 훼손되고 무너졌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예산으로 표현되는 가치의 배분이 단체장의 시정철학으로 포장돼 차별을 조장하는 행위에 대해 좀 더 엄격할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