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이 주도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지난 2일 발의됐다. 오는 9일 표결에 부쳐진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4월말 퇴진, 6월말 대선'을 만장일치 당론으로 채택하고, 대통령의 거취를 묻고 있다.

뜸들이던 탄핵대열이 물 건너갔다. 모두 대선 주도권 경쟁이 빚은 결과로 비춰진다. 따라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외친 촛불민심과 현실정치와의 괴리는 더 깊게 됐다. 그래도 촛불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한민국의 새 시대를 여는 절호의 기회이고, 진정한 민주주의 역사의 전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잔재해온 박정희 시대의 근원적인 종식을 내포하는 동시에 썩은 것은 모두 물러가야 한다는 국민 궐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탄핵을 놓고 지리멸렬하는 정치 세력들의 움직임은 한심하기까지 했다.

집권의 호황을 누려온 여당뿐만 아니라 기회 때마다 이기적인 당리당략을 계산해 온 야당도 똑같은 척결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결코 외면할 수 없다. 조기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계산, 보수 세력의 재집결을 모색하는 탄핵정국이 촛불민심의 정답을 구안해 내기 어렵게 됐다. 이제 탄핵결정은 가부 여부를 떠나 국회로 돌아갔다. 탄핵표결 이후의 혼란과 국정공백도 국회의 몫이 됐다. 다만 탄핵표결 부결 후 정국은 현재의 상황과는 비교될 수 없는 혼란으로 치닫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국정 절벽에서 우리 대한민국은 지난 1987년 6·10항쟁의 역사로 되돌아 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최루탄을 마시며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꿔나가야 하겠다는 희생에도 불구하고 다시 이 모양 이 꼴이 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대한민국이 다양성을 수용하게 된 평화적 촛불시위의 소중한 자산을 얻게 됐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다. 지난 주말 6차 촛불집회는 전국 232만명이 참가한 최대 규모였다. 그래서 오늘 촛불집회는 대한민국의 첫 성공한 시민혁명으로 자리 잡아야만 한다.

얼마나 정치가 썩었으면 대통령의 통치력마저 견제하지 못했을까하는 통탄스러운 후회에 앞서, 정치인들은 이 나라를 짊어질 젊은 세대 앞에 스스로 회초리를 들고 피멍이 나올 때까지 반성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