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정비사업 시행·미행 두곳 확연한 차이
성남시 서현역 난립 외벽 네온사인 켜지자 더 어수선
군포시 산본역 동일한 채널형 설치 깔끔·쾌적한 미관
▲ 간판이 정비된 군포 중심상가(왼쪽)와 간판이 정비되지 않은 성남 상업지구 모습.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4번 출구. 거리에 늘어선 건물의 외벽에 간판이 어지럽게 붙어있다. 날이 어스름해지자 네온사인이 켜지면서 거리 곳곳은 더욱 어수선해진다.

군포시 산본동 산본역 3번 출구. 중심상가의 간판들이 동일한 채널형으로 깔끔한 도시미관을 자랑한다. 정비된 간판 덕분에 상업지역의 환경이 쾌적해 보인다.

19일 성남과 군포의 중심 상업지역은 지자체의 시책으로 간판정비사업이 추진됐는지의 여부에 따라 확연히 다른 거리 분위기를 자아냈다. 군포의 번화가는 상호 하나당 하나의 간판을 달 수 있도록 하고, 세로간판의 규격을 45㎝×45㎝의 소형으로 통일해 건물 모서리에 한데모아 놓아 알아보기 쉽게 설치해 놓았다.

반면, 성남의 상업지역은 한 건물에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인 간판이 무려 200여개가 달려있는가하면 그 현란함과 무지막지한 크기에 눈이 어지럽다.

성남시와 군포시에 따르면 간판정비사업은 무턱대고 아무 곳에나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지자체 권한으로 특정구역을 지정하고 옥외광고물 등의 표시제한과 완화 고시문 등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지자체가 사유재산이라 할 수 있는 간판을 제작하는 비용을 보조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또한 지자체에서 간판정비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해당 점포와 건물주의 수용이 필수적이다. 간판은 상인들의 사유재산인 만큼 아직까지 규제할 만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매일 서현역을 이용한다는 요식업자 이정규(43·성남 이매동) 씨는 "건물 외벽에 걸려있는 간판은 도시공해가 될 수도 있고 도시재생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며 "간판이 이렇게 어지러운 수준을 넘어설 때까지 왜 아무런 단속을 하지 않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남시 관계자는 "2008년에서 2010년까지 서현역 4번 출구 거리에 대해 간판정비사업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상인회의 수용불가로 취소됐다"며 "간판을 규제할만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어서 현재 계획하고 있는 간판정비사업도 별도로 없다"고 밝혔다.

반면, 군포시는 2005년부터 산본 중심상가 등에서 도시경관 프로젝트를 통해 대대적인 간판정비사업을 벌여왔다. 간판정비사업구역 내에서는 미적 감각을 최대한 살린 디자인과 친환경 LED 조명 등을 적용한 간판을 업소당 2개 이내로 설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현재 구도심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간판정비사업을 진행 중이다.
군포시 관계자는 "도시미관 개선을 시책으로 정하고 깨끗한 거리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상업지역의 환경을 쾌적하고 아름답게 바꿔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상가 방문객들에게 찾고 싶은 거리를 선보이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국옥외광고센터 관계자는 "간판은 가게의 위치나 기능을 알리는 목적 외에 도시이미지를 창조하는 공공디자인의 요소를 가진다"며 "상인들의 사유재산인 간판을 정비하는 것은 매우 민감한 문제지만 간판의 공공적인 성격에 비춰볼 때 적절한 규제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글·사진 박현정·김중래 인턴기자 hjpark@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