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 사회부장
내년이면 인천항 갑문 역사가 100년을 맞게 된다. 일본에 의해 강제로 문을 열게 된 인천항이지만 개항 이후 줄곧 우리나라 역사에 큰 축을 담당해 온 것은 사실이다.
조수간만의 차를 뚫고 세계 50위권 항만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인천항의 역사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했다.
우리나라 최초 컨테이너 항만, 아시아 최대 갑문, 국내 최대 벌크처리 항만 등 쌓은 이력만도 하나둘이 아니다. 그러나 그 가치는 제대로 주목 받지 못했다.

먼지 펄펄나는 벌크화물 항만으로 이름을 날렸던 인천항은 최근 10년 사이 비약적인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벌크화물이 평택항 등으로 떠나간 자리에는 컨테이너 화물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인천국제공항과 더불어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아드는 항만으로 탄생했다.

화물과 사람이 찾는 이상적인 항만의 길을 걷기 시작하고 있다.
부산항, 광양항 등에 밀려 정부로부터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한 인천항 스스로가 해낸 성과물인 셈이다. 특히 부산항과 광양항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투 포트' 정책을 극복했다는데 의미가 깊다.
'투 포트'정책은 인천항을 홀대하는 대표적인 정책으로 손꼽히고 있다. 인천항 종합발전계획도 두 항만에 밀려 뒤늦게 수립됐을 정도다.

이런 분위기가 최근 변화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 지원 아래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투 포트' 정책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컨테이너 처리 전문항으로 육성중인 광양항 물동량을 인천항이 따라잡으면서 부터다. 2015년부터 인천항은 광양항 컨테이너 물동량을 줄곧 앞서고 있다.

겨우 하나뿐인 원양항로에다 동남아시아, 중국 항로가 대부분인 인천항이 이룬 쾌거다.
이 때문에 인천지역 곳곳에서는 정부의 '투 포트' 정책 폐기를 주장하며, 이제라도 인천항과 부산항을 중심으로 한 '투 포트'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말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항만배후단지 개발 지원 100%·50%라는 타 지역과 비교해 여전히 열악한 인천항 25%지원과 인천신항 시대가 일찌감치 문을 열었건만 변변한 배후단지 하나 없어 소형화물 처리센터에 의존하고 있는 초라한 인천항 인프라를 감안할 때 '기적'이라는 표현은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묻고 싶다.
진정 인천항은 우리나라 제2 컨테이너 항만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돼 있는가. 정부의 홀대로만 목이 터져라 주장한 것 외에 무엇을 해왔는가.

인천항 운명을 가를 정책과 비전을 수립하는 인천항만공사(IPA)는 여전히 아마추어 수준이다. IPA 설립 10년이 지났지만 항만구성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인천항 발전을 도외시 한 채 항만배후부지, 부두를 임대하는 임대 업자라는 비아냥이 여전히 존재한다.

세련되지 못한 운영으로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는 데다 이런저런 구설수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인천항에서 신뢰받는 공사가 되기 위해서는 열 걸음 더 뛰어야 할 판이다.

항만업계는 어떤가. 앞으로는 하역요금 덤핑 금지를 외치고 있지만 뒤로는 덤핑으로 화물 이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새로운 화물 창출이 아닌 손 쉬운 덤핑이라는 해결책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동량 감소에 따른 대책으로 추진 중인 인천 내항 부두운영사 통합을 놓고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물동량 감소로 맞이하게 될 적자 운영의 첫 번째 피해자는 부두운영사들이 될 것이 뻔 한데도 말이다.
인천 경제에서 30%를 차지하고 있는 인천항을 터부시하고 있는 인천시도 마찬가지다. 수년 동안 인천항이 주장해 온 현안들이 해결 되지 않고 있다. 2019년 문을 열게 될 인천항 새 국제여객터미널 활성화를 위한 인천도시철도 1호선 연장, 인천신항 컨테이너 화물 처리를 위한 철도 인입 등에 행정력이 투입되지 않고 있다.

언제 조성될지 모를 신항배후단지, 벌써 끝났어야 할 인천신항 증심, 골든하버 개발 유치 등을 전부 남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사업이 지지부진해지고, 대책 마련이 어려워질 때까지 인천은 과연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정부는 여전히 말한다. 부산항, 광양항, 평택항 등과 비교해 여전히 인천은 소극적이라고. 굵직한 사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예산, 정책 수립 과정에서 타 지역과 달리 인천이 제 목소리를 내는 데 부족하다는 것이다.

부산항과 광양항을 중심으로 한 '투 포트' 정책 폐기나 인천항과 부산항을 중심으로 한 '투 포트' 정책 수립이 곧 인천항 발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인천이 준비될 때 그것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뿐이다.
인천항은 줄곧 홀대만을 이야기해 왔다. 이제는 무엇을 해왔는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어찌보면 인천항의 오늘은 인천이 이룬 성과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제 이 물음에 답해야 할 시점이다. 인천항은 도약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