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기준 완화가 오히려 '毒'
주민반발 확산 '줄해제' 민원
뽀족수 없어 '출구전략' 의문
관계자 "사업 재구상 바람직"
부동산 경기침체 영향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수원시 재개발 사업에 대한 주민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시에 비상이 걸렸다.

28일 수원시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5월 사이에 권선 113-8, 권선 113-10, 장안 111-3 등 무려 3곳의 재개발 지정구역이 주민들의 요구로 '주택 재개발정비사업 정비구역 해제' 절차를 밟았다. 이 가운데 장안 111-3 구역만 유일하게 절차 진행이 중단된 상태다.

뿐만 아니라 영화동 111-3, 고색동 113-8 등 3곳 주민들도 '정비구역해제 신청서'를 접수하고, 팔달 115-3, 팔달 115-8 등 2곳도 해제를 요구하는 민원이 잇따르는 실정이다.

수원지역에서 재개발지역으로 지정·고시된 구역은 총 21곳으로, 토지소유자 과반수의 반대로 이미 무산된 6곳(조원동 111-2, 서둔동 113-1, 세류동 113-5 등)에 최근 잇따르고 있는 해제요구 지역까지 더해지면 당초 계획된 재개발사업은 반토막 나는 셈이다.

이에 시는 과거부터 재개발 사업을 촉진하고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내용의 '출구전략'을 세우고 있다.

재개발 사업은 대상구역 선정부터 사업계획서 작성, 사업시행자 선정 등 개략적인 추진 절차가 조합위주로 운영되는 만큼 지자체가 직접 나서는 경우가 드물다.

지난해 6월 시는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 해제 기준(안)'을 수립하면서 첫 돌파구를 마련하는 듯 했다.

▲추진위 승인 일부터 3년 이내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지 않은 경우 ▲조합설립 인가 후 3년 이내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지 않은 경우 등 기준에 부합하는 정비구역은 주민 과반수 동의를 받으면 해제절차를 밟을 수 있게했다.

그러나 주민들이 재개발 사업을 반대하고 나서는 근본적인 원인인 '지역 슬럼화'나 '낮은 토지보상액' 등을 해결할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아 오히려 해제요구만 급격히 증가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정비구역 해제 기준이 간소화되면서 추진을 희망하는 주민들이 역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기준 철회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시는 또 다른 전략으로 변호사, 감정평가 당사자(조합·청산자·사업시행자·토지소유자 등)로 구성된 '보상협의회'를 설립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업시행자인 조합 측에서 운영하는 보상 관련 협의체에 시가 중재인으로 나서 적절한 토지보상이 이뤄지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동산 약세가 이어지는 현 상황을 비춰봤을 때 실효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역 한 부동산 관계자는 "시가 각종 대책을 내놓고 주민 피해를 줄이기에 나서고 있지만 효과는 미비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 부동산 실정에 맞게 주민 부담금을 줄이거나 재개발 정책을 통째로 재구상하는 등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원시 관계자는 "지역 재개발 사업에 대한 주민 반발이 식지 않고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시가 갖가지 출구전략으로 해법을 모색하려 하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는 효과를 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