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논리로 기관 흔들기 '속내는 제2극지연구소?' … 인천·부산 국회의원 법안 발의 '대결'
2012년 12월 인천에 있던 국립해양조사원은 짐을 쌌다. 행선지는 부산이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도 '부산행'을 피하지 못했다.

해양 관련 국가기관을 하나둘씩 품에 안은 부산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대선이 치러지는 동안 인천에 있다가 해체된 '해양경찰청 부활'이 공론화하자 부산은 또 욕심을 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 환원'을 공약하자 설립 논의가 일고 있는 해사법원 유치로 방향을 틀었다.

부산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인천에 대규모 연구단지가 조성된 극지연구소마저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균형발전'을 이유로 '해양정책 불균형'을 부추기는 양상이다.

▲정치 논리로 접근하는 부산
극지연구소를 달라며 부산시가 내놓은 논리는 참여정부 당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9월 부산으로 옮겨지기 때문에 부설 기관인 극지연구소도 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극지연구소 이전 불가'는 이미 2009년 정부가 결론을 내린 사안이다. 이를 바탕으로 극지연구소는 2013년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지어진 신청사와 연구단지에 입주했고, 산학연 협력관 조성도 앞두고 있다.

그럼에도 부산시가 이전을 요구한 배경에는 제2극지연구소에 대한 욕심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는 해수부와 협의 없이 제2극지연구소를 포함한 '극지타운' 조성 계획을 내놨다. 이런 방안이 속도가 나질 않자 '극지연구소 이전' 카드를 꺼내고 여의치 않으면 제2극지연구소라도 가져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해양 기관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벌이려는 움직임은 극지연구소가 처음이 아니다. 부산 지역 정치권에선 "해경을 인천에 주고, 해사법원을 가져오자"는 논의마저 공론화하고 있다. 정부 정책을 정치 논리로 흔들려는 행보다.

▲아니면 말고식 기관 흔들기
해양 기관에 대한 정치적 접근은 법안 대결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천과 부산 지역 국회의원들은 해사법원 설립을 위한 법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자유한국당 정유섭(부평구갑) 의원은 지난 3월 인천에 해사법원을 두는 법원조직법 등의 개정안을 내놨다.
부산지역에서도 더불어민주당 김영춘(부산진구갑), 자유한국당 유기준(부산서구동구) 의원이 해사법원을 부산에 설립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극지연구소에 대한 법안도 마찬가지다. 자유한국당 안상수(중동강화옹진) 의원은 지난해 말 극지연구소 기능과 조직을 키우고, 정부 지원을 체계화하는 '극지활동 진흥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하면 극지연구소가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분리되기 때문에 부산의 이전 논리는 힘을 잃는다. 극지활동 진흥법 제정안은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논의됐지만 부산 정치권에서 반발한 탓에 폐기됐다. 극지연구의 미래보다 연구소 이전에 더 힘을 기울인 탓이다.

자유한국당 민경욱(연수구을) 의원은 "부산시는 더 이상 '아니면 말고'식의 기관 흔들기로 분열을 조장하지 말고, 정부 또한 애매모호한 태도로 혼란을 줘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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