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를 접한 후 책장 한편에 꽂혀 있는 '노란책'을 찾았다. '사태'는 지난 화요일(5월30일) 송월동 애경비누공장이 기습적으로 철거당한 황망한 일이고 '노란책'은 2015년 말 발행된 500페이지 분량의 '골목길 숨은 보물찾기' 보고 자료집이다. 노란색이 주 색조로 편집돼 흔히 이렇게 부른다.

인천문화재단과 스페이스 빔은 2015년 7월부터 5개월간 '골목길 숨은 보물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공개 모집한 주부, 학생, 회사원 등 시민참가자 14명은 중구와 동구 지역 골목을 네 차례 함께 탐방한 후 한 명당 대여섯 곳을 맡아 등기부 열람, 소유주 및 거주자 면담 등 개별적으로 면밀한 조사를 했다. 그들은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관심 속에서 심하게 방치되었거나 멸실 위기에 처한 역사적 장소, 건물 등을 찾아냈다. 이후 세 차례의 워크숍과 토론회를 거쳐 문화유산 108개를 최종 발굴해 정리했다.

필자도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그들과 함께 걸으며 길거리에서 즉석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프로젝트 운영위원회는 자료집을 발간하는 동시에 보물을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해 관련 '조례'를 시급히 제정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시는 이러한 보물을 '서울 미래유산'이란 용어로 정립했다. 이발소, 공장, 점포 등 시민의 삶을 담고 있어 미래세대에 전달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선정해 시민들과 그 가치를 공유하고자 2015년에 '미래유산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후 지정된 미래유산은 현재 400개에 이른다.

인천시 중구는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100년 세월을 품은 것으로 추정되는 애경비누공장 건물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그들은 "이 건축물의 중요성에 대해 누구도 얘기해 주지 않았고 어느 책에서도 보지 못했다"고 항변했다고 한다. 노란책 64페이지에 이 건물에 대한 조사 내용이 잘 정리돼 있다. 이제부터라도 잘 모르겠거든 이 책을 구해서 읽어 보길 권한다. 미래유산은 말 그대로 다음 세대의 '보물'이다. 훗날 주차장은 그들에게 '고물'일 뿐이다. 다 때려 부수고 나면 무엇으로 가치재창조를 할 것인지 묻고 싶다.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