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일(6월4일) 중구 북성동에 있는 인천중화기독교회 창립 100주년 기념 감사예배에 참석했다. 초청받지 않았지만 인천 역사의 한 순간에 동참하고 싶어서 그 자리에 있었다. 서울 한성중화기독교회를 비롯해 부산, 수원, 대구, 군산, 영등포 등 전국의 중화교회에서 온 신자들도 함께 했다. 1917년 6월1일 지금의 차이나타운 내의 방 한 칸을 빌려 화교 몇 명이 예배를 드린 것이 인천중화교회의 시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성중화교회(1912)에 이어 두 번째다. 교회는 단지 신앙 공간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국땅에서의 외로움과 설움을 달랠 수 있는 안식처이자 쉼터였으며 화교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전승했던 장이었다.

설립 5년 후 인천교회는 가정집 예배처를 벗어나 청국조계지 끄트머리에 벽돌식 작은 예배당을 건축했다. 필자가 기억하는 인천중화교회 모습은 이 붉은 벽돌 건물이 아니라 후에 개축한 뾰족 지붕의 하얀 예배당이다. 화교 거주지 중심에서 조금 벗어나 자유공원에 오르는 언덕 위에 세워진 예배당 모습은 차이나타운 최고의 풍광이었다고 생각한다. 2002년 이 예배당은 지역의 무관심 속에 헐렸다. 신자는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차이나타운의 상권이 활성화 되면서 자본의 논리를 이겨내지 못했다. 쇼핑센터와 중국음식점에 자리를 내주고 교회는 상가 건물 한편에 볼품없이 자리 잡았다.

100년 교회에는 시간의 흔적을 한눈에 보여주는 '유물'이 있다. '中華基督敎會 一千九百二十二年'이 새겨진 머릿돌과 한 세기 가까이 화교들의 새벽을 깨웠던 교회종 등이다. 머릿돌은 한동안 교회 뒤편 주차장에 거의 '방치' 돼 있었다. 필자도 그것을 몇 차례 본 적이 있다. 지금은 교회 안쪽 입구에 보기 좋게 세워 놓았다. 종은 제물포에 화교교회가 설립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 미국의 화교 신자들이 주문 제작해 배에 실어 보낸 것이다.

이날 설교 제목은 '以便以謝'이었다. 우리말로 하면 '에벤에셀'이다. '여호와께서 여기까지 우리를 도우셨다 하고 그 이름을 에벤에셀이라 하니라'라는 성경 구절에 대한 내용이다. 100년 후에도 인천중화기독교회에 에벤에셀(도움의 돌)이 다시 굳건히 세워지길 기도하고 교회 문을 나섰다.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