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계 무너진지 오래
외지택시 수백여대 영업
시외요금·할증도 없어져
지역조합 항의에 '골머리'
▲ 17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인근에서 3대의 서울택시가 카카오택시에 콜이 잡히길 기다리며 줄지어 서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도내 지자체들이 카카오택시 어플 활성화 등에 따른 '사업구역 경계'가 무너지면서 '시민 편의가 우선이냐' '지역 택시업계 보호냐'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18일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경기수원시지부에 따르면 현재 도내에서 '콜대기' 영업을 하는 서울택시 등은 700여대로 추산된다.

2015년 3월 출범한 카카오택시 기사회원은 5월말 현재 전국 24만5000여명으로 전국 면허기사의 88%에 해당한다. 누적 이용자 가입자는 1480만명에 이른다.

서울 생활권인 수원은 물론 성남시 판교, 위례신도시, 안양시 인덕원역, 안산 등지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는 영업신고 지역을 벗어나서는 '대기' '배회' 등 이른바 '콜대기' 영업은 금지돼 있다.

반면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승객을 자연스럽게 태우는 '귀로' 영업은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콜대기' 단속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불법 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실제 이모(42)씨는 성남 중원구에서 주말마다 서울과 수원을 오가면서 '콜대기' 택시를 이용한다.

이씨는 "카카오택시를 호출하면 시외할증요금을 내지 않고, 또 귀로하는 택시여서 요금을 흥정할 수 있어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정모(47)씨는 "수원이나 오산에서 서울 강동구를 갈 때 4만7000원~6만원 정도 나오는 택시비를 카카오택시 이용으로 3만~3만5000원 정도에 이용하고 있다"며 "불법인줄은 알지만 서울 등 택시기사도 빈 차로 되돌아가는 것보다 승객을 태우는 게 낫다고 판단해 요금흥정에 적극 나선다"고 말했다.

'콜대기'는 시민과 택시기사의 이익이 맞아 떨어지면서 20%의 시외할증 요금과 시외요금은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지난 17일 오후 11시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나혜석 대로변에는 서울·성남·용인 등 다른 사업구역 택시 10여대가 '콜대기' 영업을 위해 줄지어 서 있었다.

성남 택시기사는 "밤 10~12시 사이에 승객을 태워 수원으로 온 후 빈차로 돌아가게 되면 손해가 막심하다"며 "조금만 기다리면 승객을 태워 돌아갈 수 있는데 어느 택시기사가 빈차로 돌아가냐"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자신에 사업구역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카카오택시 콜을 받아 가는 것은 합법이지만, 대기 또는 승객을 태우기 위해 자신에 사업구역으로 돌아가는 길을 벗어나면 불법이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단속해야 하는 지자체도 난감한 상황이다.

수원, 성남시 등은 단속과 관련한 지역택시조합 등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2일까지 관외 택시 불법영업에 대한 집중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지역택시 운수종사자의 권익 증대와 교통질서 확립을 위해 불법영업 하는 택시를 단속하고 있다"면서 "현장을 잡아도 '돌아가는 길에 승객에 콜을 받아 잠시 기다리는 중이다'고 하면 단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사업구역 경계가 희미해지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지역택시는 모두 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기술발전에 따른 규제를 도입해 지역택시를 보호하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중래 기자 jlcome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