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어린이집 '보육실 수' 고려 안 해
렌탈 아닌 구입 조건 … 유지관리비 부담도
인천지역 모든 어린이집에 공기청정기를 보급한다는 인천시의 '안심보육' 대책이 현실과 거리가 멀게 설계된 것으로 드러났다. 어린이집 보육실이 평균 4.5개인데도 공기청정기 1대만을 놓을 수 있는 예산이 편성됐고, 유지관리비는 어린이집 몫으로 남겨졌다.

13일 인천시가 인천시의회에 제출한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보면 어린이집 공기청정기 지원 예산은 11억원이 반영돼 있다. 국공립·민간을 포함해 2200여개 어린이집이 50만원을 들여 공기청정기를 1대씩 구입할 수 있는 돈이다. 시는 추경안 발표 자료를 통해 "아이들을 미세먼지로부터 지켜 '안심보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어린이집 공기청정기 지원은 이번 추경안에 신규 사업으로 담겼다. 시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사업이 반영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어린이집들과 협의하진 않았지만 학부모 민원이 꾸준히 제기됐다"고 말했다.

급하게 '모든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삼은 시는 1대 구입비로만 예산을 짰다. 어린이집마다 보육실을 여러 개씩 두고 있는 점은 고려되지 않았다. 시 자료를 보면 전체 어린이집 2196곳(이달 기준)에는 보육실 9858개가 있다. 어린이집 1곳당 4.5개꼴이다. 아이들이 생활하는 보육실에 공기청정기를 두려면 총 50억여원이 필요한데, 실제로 반영된 예산은 5분의 1에 불과하다.

유지관리비에 대한 고민도 담기지 않았다. 공기청정기 지원 사업은 '렌털'(임대)이 아니라 '구매' 방식이다. 공기청정기를 사는 어린이집에 구입비 50만원을 일회성으로 주는 셈이다. 필터 교체 비용과 전기료 등 연간 수십 만원이 들어가는 유지관리비는 어린이집 몫이다. 반면 경기도는 어린이집·유치원 공기청정기 지원을 렌탈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어린이집 입장에선 렌탈 비용 지원이 유리하지만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군·구별로 수요조사를 거쳐 10월쯤 설치할 예정이다. 당분간 지원 예산을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