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상징물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시는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시민들에게 친밀감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상징물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지만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천의 상징물은 인천의 문화상징 체계 가운데 하나다. '문화도시 인천'을 지향하는 상황에서 예산타령만 할 일은 아니다. '문화도시 인천'은 구호에 불과하고, 문화상징 전략이 없거나 실패했다는 방증일 것이다.

문화상징은 대표 인물과 역사유적, 건물, 먹거리, 경관, 위락시설 등에서 찾을 수 있다. 또 인천의 문화상징은 인천의 기질, 기풍을 형성하는 문화원형질이어야 할 것이다. 거기에는 오랫동안 공유해온 상징이 있으며, 그 깊은 곳에는 고유한 의미가 내재돼 있다.

상징은 서로 낯선 상태였던 두 존재를 연결하는 매개체다. 이들이 서로 결합될 때 고유한 연결고리가 된다. 인천에 그 연결고리가 없다는 것이다.

'인천'하면 생각나는 것은 무엇일까. 월미도, 연안부두, 공항, 섬, 자장면, 성냥공장, 개항장, 아니면 '한국 최초 인천 최고 100선' 가운데 그 무엇인가. 천천히 인천을 생각해 보면 구석구석 예사롭지 않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그런데 딱히 인천의 대표 문화상징은 떠오르지 않는다. 지역을 관통하는 세계 어느 테마에도 뒤지지 않는 문화원형질을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문화상품으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인천을 대표하는 상징물로 두루미가 선정돼 있다. 상징물관리위원회는 기존 두루미 재활용, 바다를 상징하는 등대 의인화, 인천만의 새 상징물 선정 등 여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시는 여기에 들어갈 디자인 개발 연구용역비를 마련하려는데 인천시의회가 후순위로 처리한다고 하니 안타깝다.

인천의 문화상징은 그것이 인물이든, 공간이든, 자연환경이든, 오랫동안 이어온 지역정서와 주민 합의를 바탕으로 존재하는 지역문화원형이어야 한다. 지역문화원형은 지역사회와 지역민의 공동체 의식과 자긍심을 회복시키는 구심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문화도시들은 그 도시를 대표하는 문화상징을 갖고 있다. 인천은 '문화도시 인천'에 걸맞게 문화상징을 재해석하고 체계를 전면 재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