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진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영화 '이유없는 반항'은 1955년 개봉됐다. 영화에서 제임스 딘(짐 役)은 불량배 두목 버즈와 다툼을 일으켜 누가 더 겁쟁이(치킨)인지 '치킨 런' 게임을 통해 정하는 장면이 있다. 자동차를 절벽 끝으로 전속력으로 몰다가 먼저 차에서 뛰어 내리는 자가 겁쟁이가 되는 게임이다. 결과적으로 짐은 차에서 뛰어내렸고 버즈는 차와 함께 절벽으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치킨게임은 이 영화 장면에서 유래된 용어로, 두 명의 경기자들 중 어느 한쪽이 포기하면 다른 한쪽이 이득을 보게 되는 게임을 말한다. 서로를 향해 차를 몰다가 누가 먼저 핸들을 돌리는가, 기차 레일에 누워 있다가 누가 먼저 도망가는가를 겨루는 것들도 무모하지만 치킨게임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멍청한' 게임을 누가 할 것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게임들이다. 비근한 예로 미국과 러시아(舊 소련)가 벌인 핵무기 경쟁을 들 수 있다. 1945년 미국이 먼저 핵무기를 개발했고, 미국을 따라 1948년에 소련이 핵무기를 보유하기 시작했다. 이후 45년간 사용하지도 않을 핵탄두를 7만개까지 만들어냈다. 핵무기가 가져올 엄청난 위험은 상관하지 않고 서로 핵무기를 늘리는 치킨게임을 벌였던 것이다.

우리나라 안에서도 많은 치킨게임이 일어나고 있다. 남북간의 군사대립도 그렇고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사교육 경쟁도 그렇다. 상대가 포기하지 않기에 나도 어쩔 수 없이 끝을 향해 달려가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포함시킨다면 이번 장관 인사청문회도 그러지 않을까 싶다. 여당은 후보자를 통과시키려 하고, 야당은 장관 후보자를 깎아 내리려는 모습을 보면, 아무런 실익 없이 명분쌓기에 몰두하는 예전 모습을 그대로 보는것 같다.

치킨게임의 해법은 간단하다. 서로가 합의하여 절벽으로 가기 전에 멈추어 '겁쟁이(치킨)'가 되는 것이다. 서로 소통을 해서 합의를 했기에 핵 확산 금지조약(NPT)을 통해, 미국과 러시아는 핵무기 개발 경쟁을 멈추었다. 인사청문회도 그렇다. 여당이기에 후보자를 통과시켜야 하고 야당이기에 반대해야 하는 힘 겨루기에서 벗어나 정말로 후보자에 대해 냉철한 평가를 한다면, 국민이 보기에 답답한 게임을 멈출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도 없이 바로 대통령직을 수행해야 하는 등 다른 대선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민이 거는 기대는 예전보다 훨씬 다양하고 기대치도 높은 상황이다. 이런 때 여야 구분없이 협력하여 국정을 논한다면 국민이 정치권을 보는 시선도 냉소적에서 호의적으로 바뀔 것이고 안팎의 위기도 수월하게 넘길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이런 노력이 정치권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치킨게임에서 발휘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래야 학생들도 끝없는 사교육의 늪에서 벗어나고, 직장인들도 동료를 경쟁의 상대로 보지 않고 함께 잘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존재로 인식할 것이다. 더 확대된다면, 남과 북도 서로를 이겨야하는 적이 아닌 하나의 민족으로, 나아가서는 통일로 가는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쟁이 아닌 협력을 통해, 우리가 살고 우리의 후손이 살아갈 대한민국이 서로를 절벽으로 밀어내지 않고 상생할 수 있기를 바란다. 故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 '내 탓이오'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