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형 인천시 재정기획팀 주무관
출근길에 쓰러진 남성 발견

119 신고·심폐소생술 실시

환자와 신부 감사인사 전해

평소와 다름없는 출근길이었다. 지난 14일 오전 7시55분쯤 인천시 예산담당관실 재정기획팀 조윤형(41) 주무관은 인천도시철도 1호선 갈산역에 도착했다. 승강장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를 반쯤 내려갔을 즈음 사
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한 남자가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습니다. 얼굴색이 심상찮았고 몸도 딱딱하게 굳어 있었죠. 협심증 증세를 경험해본 적이 있어서 응급 처치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 주무관은 119에 신고하고 구급대원에게 처치법을 알려 달라고 했다. 바로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통화하며 응급 처치를 계속했다. 호흡이 돌아오고 멈추는 것을 반복한 지 5분여. 구급대가 출동하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급성심장마비 증세를 보였던 환자 가족으로부터 "의식을 회복하고 안정을 취하고 있다. 빠른 조치를 해준 생명의 은인"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지난 주말 환자 분이 건강한 모습으로 찾아왔어요. 올 12월 결혼할 예정이라면서 여자친구도 함께 와서 기쁘게 만났습니다. 행복하게 잘살겠다는 목소리에 뿌듯하면서도 가슴이 먹먹했죠."

조 주무관은 구급대가 떠나자 여느 날처럼 시청으로 출근했다. 당시 현장을 지나던 시의 한 공무원을 통해 입소문이 퍼졌다. 시 홈페이지 '칭찬합니다' 코너에도 감사 인사가 올라왔다. 조 주무관은 "막상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누구나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앞장서서 대처했을 것"이라며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조 주무관은 2004년 남구에서 공직 생활의 첫발을 뗐다. 2012년 시로 옮겨 종합건설본부·인천경제자유구역청·재산관리과를 거치고, 지난 2월부터는 예산담당관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차분하게 대응하는 공무원으로서 일한 경험이 이번 일에 도움이 됐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조 주무관은 "몇 번 교육을 받은 적이 있어도 심폐소생술이 필요하다는 게 피부로 와닿지 않았는데 새삼 소중함을 깨달았다"며 "이번 일을 통해 급박한 순간에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