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도, 예나 지금이나 '인천 최고의 유원지'로구나
▲ 월미도 문화의 거리는 예나 지금이나 연인들이 즐겨찾는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2017년 여름 월미도의 한낮 풍경.
▲ 월미도는 수도권 최고 관광지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월미도엔 아직 사료나 설탕공장도 운영되고 있다. 월미도 일대를 위에서 내려다 본 풍경.
▲ 월미도엔 과거 공동목욕탕과 수영장을 갖춘 '조탕'이 있었으나 6·25때 모두 사라졌다. 사진은 조탕이 있었던 1930년대 월미도의 풍경.
1930년대 해수온천·수영장 겸한 '조탕' 발길 줄줄
광복후 종업원들이 인수·운영 … 6·25전쟁에 빈터로 남아
현재 월미문화의거리 놀이시설·카페·식당 등 성업


"까아~악!"

한여름 낮, 월미도에 즐거운 비명이 메아리친다. '월미테마파크 & 차피패밀리파크' 바이킹에 오른 젊은이들의 소리다.

쪽파를 다듬으며 저녁 장사를 준비하는 넉넉한 살집의 부인, 젖이 불어난 어미개의 오수. 비명소리를 제외하면 '월미문화의 거리'의 평일 풍경은 고즈넉하다. 거리에선 뽕짝과 팝송, 가요가 뒤섞여 울려퍼진다.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들과 셀카를 찍는 연인들의 표정이 한여름의 햇살을 닮아 있다. 햇살이 부서져 물비늘로 반짝이는 월미 앞바다를 보며 걷기 시작한다. 저 눈부신 바다가 천도복숭아빛 노을로 물들고 횟집 네온사인에 하나 둘 불이 켜질 때 월미도는 더 활기차질 것이다.

월미도엔 현재 마이랜드, 비취랜드, 월미테마파크, 월미랜드, 골든스파 등 놀이시설이 타는 재미를 주고 있다. 600m에 이르는 해변산책로엔 144개의 카페, 횟집, 식당 등이 성업 중이기도 하다. 음악분수와 해수족탕을 찾는 경쾌한 발걸음과 야외공연장 무대를 달구는 현란한 무대는 월미도의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켜준다.
바다로 나아가고 싶다면 월미유람선에 오르면 된다. 작약도, 영종대교, 아라뱃길갑문, 청라국제도시 등을 유람하는 월미유람선 안에선 '쇼'가 펼쳐진다.

"인천!"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곳 월미도. 이 곳은 오래 전에도 인천 최고의 유원지였다.

월미도가 유명해지기 시작한 때는 1930년대이다. 이때 월미도엔 '조탕'(潮湯)이 들어섰는데 말하자면 공동목욕탕 같은 곳이었다. 해수온천과 수영장을 겸한 조탕엔 일본인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찾는 사람이 많아지자 해변가엔 넓은 풀장이 증설됐다. 바다 위의 요정인 '용궁각'까지 등장하고 1935년쯤엔 '하마호텔'을 건설한다.

인천사람은 물론 서울과 다른 지역의 사람들의 발걸음도 잦았다. 중구 중앙동~월미도를 운행하는 소형버스도 있었다. 원산의 송도원과 부산의 해운대가 그나마 알려진 해수욕장이었으나 모래사장이 전부였으므로 구색을 잘 갖춘 월미도는 단연 전국 최고의 유원지라 할 수 있었다.

고 신태범 박사는 저서 <인천 한세기>에서 "학창시절 월미도에 조성된 야영지에서 캠핑을 즐겼는데 깊은 밤중에도 수영을 할 수 있었다"며 "움직이는 팔다리를 따라 출렁거리는 파도소리만이 신비롭게 귓전을 울리던 상쾌하고도 장엄했던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고 회상하고 있다.

광복 뒤 월미도 유원지 시설은 연고자인 종업원들이 인수한다. 그러나 경영난을 겪으면서 인천의 유지 10여 명이 '월미도관광주식회사'를 설립해 운영하지만 6·25전쟁이 터지면서 '인천상륙작전'으로 빈터가 되고 만다. 전쟁이 끝난 뒤 미군기지로 사용되다 우리 해군 '제2함대사령부'가 들어선다. 지금의 '월미공원'이 사령부가 있던 자리인데 2함대 사령부가 1999년 11월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46년 만에 시민공원으로 개방된 것이다.

앞서 월미도 앞바다는 열강들의 격전지였다. 19세기 말 일본이 월미도에 석탄창고와 급수소를 설치하자 러시아는 이에 맞서 '저탄고'를 세운다. 러일전쟁이 발발한 1904년 2월 전까지 일본은 완전한 해군기지를 세웠고 러시아와 '제물포해전'을 벌여 승리한다. 이후 일본은 월미도에 무선국과 측후소를 건설했으며, 월미도유원지를 조성한 것이다.

월미도엔 앞으로 인천상륙작전 자유의 길, 월미해상공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국립해양박물관 유치운동이 전개되고 있기도 하다. 이밖에 월미도등대 보행테크 설치공사, 월미도 주거환경정비사업, 문화의거리 경관개선과 환경특화, 월미문화의 거리 도로정비공사, 월미문화의 거리 에어마크 도색 등의 사업이 계획돼 있다.

월미공원을 휘휘 돌아, 월미도 문화의 거리를 걸어간다. 월미도의 하늘의 붉게 타오르기 시작한다. 저 노을은 화가를 꿈 꾸며 자유공원에서 그림을 그리던 소년소녀들의 멋진 피사체였다. 갈매기의 날개에도 카페와 횟집에도 '천도복숭아빛' 노을이 내려 앉는다.

/글 김진국 기자·사진 유재형 사진가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