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용 장비 없다" 인근 병원서 이송 권유
인천 어린이집에서 장난감을 삼킨 여아가 결국 사망한 가운데 장비 등을 이유로 타 병원 진료를 권유한 국제성모병원이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은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서구에서 장난감을 삼켜 질식한 아이가 남동구에 위치한 길병원까지 가느라 골든타임을 허비했다"며 "길병원이나 인하대병원 같은 권역응급의료센터 만이 소아응급전담의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의 남쪽에 치우쳐 있는 권역센터를 서북부지역에도 지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서북부지역 내 권역센터 설치 필요성에 동감하면서도 당시 상황에서 병원이 즉각 조치했어야 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물질 기도 막힘 현상은 빈번히 발생하는 사고로, 이물질 제거와 심폐소생술 등의 처치는 소아응급전담의가 아니라 응급실 인력 대부분이 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또 질식을 해결하는데 소아라고 해서 성인과 구별되는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도 입을 모았다.

국제성모병원은 영유아용 내시경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아 길병원으로 이송을 권유했다고 설명했지만 길병원은 내시경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한 소아과 전문의는 "권역인지 아닌지를 가릴 것 없이 응급실이 있는 가까운 병원에서 비상 치료를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 19일 인천 서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2살배기 여아가 플라스틱 재질의 포도 모양 장난감을 삼켜 의식을 잃고 119구급대에 실려갔다.

구급대는 사고현장과 4㎞ 떨어진 국제성모병원에 소아질식 환자가 있다고 알렸으나 병원은 소아응급전담의와 영유아용 내시경이 없다는 이유를 댔다. 결국 11㎞ 떨어진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이송하느라 1시간가량 지체돼 의식불명에 빠졌다가 사고 8일째인 27일 오전 아이가 숨졌다.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관계자는 "내시경으로 이물질을 확인해야 했고 우리 병원은 소아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아 받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