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순환 시스템' 첫 도입
자연친화적 빗물 처리시설
시내 수백여곳 만들어 저장
■8년 사업 물자급률 26%
빗물 땅속 침투도 수월하게
평균 지하수위 12%나 상승
"우리 지역은 단 한 방울의 빗물도 다시 씁니다."

수원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물 순환 시스템'이 극심한 가뭄에 따른 물 부족 사태에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27일 기상청, 경기도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계속되는 메마른 날씨로 경기지역 곳곳에서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지난 25일부터 비가 내렸으나 안성 19.5㎜, 연천 10.5㎜, 성남 4㎜, 평택시 2㎜ 등 경기지역 여러 곳이 타 지역에 비해 적은 강수량을 보여 '가뭄 해갈'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경기지역 여러 지자체는 가장 심한 가뭄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농가 등에 물을 공급하는 방안을 두고 고민에 빠져 있다. 상당수 지역이 외부 수원(水源) 의존도가 높은 만큼, 물을 자급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경기도 중남부에 위치한 수원시는 이번 가뭄에 크게 걱정하고 있지 않다. 애초 다른 지역보다 비교적 농가수요 등이 적은 이유도 있지만, 수년 전부터 '빗물 저장 창고'라 불리는 여러 시스템을 도입한 덕이다.

시는 지난 2009년부터 각종 도심 개발로 인해 빗물이 땅속에 스며들지 못하는 '불 투수면적'이 증가하자 자연친화적 기법인 'LID(저영향개발·Low Impact Development)' 방식의 물 순환 시스템 구축사업을 펴기 시작했다.

'물 순환 선도도시 조성'을 목표로 한 이 사업은 빗물정원·빗물이용시설·침투 수로·침투 블록·빗물 저금통 등 자연 친화적 빗물 처리시설을 지역 곳곳에 설치, 빗물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도시 곳곳에 모아두고 있다.

수원시 내 설치된 총 279곳의 빗물저장 시설로 수원시 물자급률 26.46%에 이르는 연간 8만 8441톤의 물을 저장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를 수도요금으로 환산하면 연간 2억 1400만원이 절약하는 셈이다.

빗물침투가 수월해지면서 현재 수원지역 평균지하 수위는 2012년 대비 약 12% 상승했다.  

시는 빗물 저장량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자 지역 내 가뭄으로 피해를 입는 농가 등에 무료로 물을 공급키로 했지만, 현재까지 물 공급을 신청한 농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원을 넘어 인접 타 지역에도 물을 지원할 수 있는지 여부도 파악하고 있다. 

수원 물 순환 선도도시 조성 사업은 내달 실시설계용역 착수를 앞두고 있다. 앞서 시는 물 순환 시스템을 먼저 도입한 영국 런던·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 지역을 방문해 각종 선진공법을 벤치마킹 할 계획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물 순환 사업은 수원시가 전국 최초로, 환경부를 비롯해 해외에서도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며 "앞으로 시설과 시스템 확충을 통해 재활용량과 물 자급률을 더욱 증가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