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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원의 능수능란한 말솜씨를 뺨치는 뛰어난 연기와 기지를 발휘한 60대 여성 덕분에 범인이 꼼짝없이 경찰에 붙잡혔다.

28일 부산 영도경찰서에 따르면 이모(68·여) 씨는 지난 27일 오후 3시께 집으로 걸려온 낯선 전화를 받았다.

자신이 금융감독원 직원이라고 말한 상대방은 "고객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면서 "피해를 막으려면 통장에서 돈을 모두 찾아 안전하게 냉장고에 보관해둬야 한다"고 속였다.

이 씨의 통장에 1천100만원가량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상대방은 이 씨가 알려준 휴대전화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어 "한시가 급하다"면서 빨리 은행으로 가라고 독촉했다.

이때부터 요양관리사인 이 씨의 기지가 발휘된다.

평소 보이스피싱 피해 관련 뉴스를 자주 접했다는 이 씨는 상대 남성의 발음이 어눌하다는 것을 느끼고 사기꾼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이 씨는 은행에 간다며 집을 나선 뒤 곧바로 근처 파출소로 가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는 전화를 받고 있다"고 신고했다.

휴대전화로 용의자와 계속 통화하고 있었기 때문에 잠시 전화기를 입에서 떼고 낮은 목소리를 냈다.

이 씨는 이어 사복으로 갈아입은 경찰관들과 함께 은행에 가 12만원을 찾아 귀가한 뒤 용의자가 시키는 대로 냉장고에 돈을 넣었다.

그는 또 "개인 정보를 보호하려면 즉시 주민등록증을 새로 발급받아야 한다"는 보이스피싱 용의자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것처럼 서둘러 집을 나섰다.

이 씨는 이어 상대방이 시키는 대로 우편함에 열쇠를 넣어두고 주민센터 쪽으로 걸어갔다.

10분쯤 뒤 중국 교포 윤모(41) 씨가 이 씨의 집 우편함에서 열쇠를 꺼내 집 안으로 들어갔고 안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관에게 곧바로 붙잡혔다.

이 씨는 윤 씨가 검거됐다는 말을 듣고서야 보이스피싱 용의자와의 전화를 끊었다.

1시간 가까운 이 씨의 뛰어난 기지가 대미를 장식한 순간이다.

경찰은 다른 절도, 사기 사건으로 수배돼 있고 불법 체류 중인 윤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공범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