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주택용 전기요금에 적용하는 누진제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환영할만한 일이다. 누진제는 한마디로 전기 사용량에 따라 전기요금의 단가를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제도다. 누진제의 역사는 40여년전 1974년부터 실시됐다. 당시에는 고유가상황에서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전기요금은 크게 주택용,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 등으로 구분해 차등적용하며, 누진제는 가정용에만 적용한다는 것이 문제다. 이번 판결은 바로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누진제가 실시될 때만해도 경제성장기로 국가자원이 산업과 경제발전에 집중될 때였다. 전기는 가정보다는 산업현장에서 더 필요했다, 국가경쟁력차원에서 산업용전기에는 더 낮은 요금이 적용됐다. 전기소비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사용을 억제해야했다. 그 결과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양을 줄여야했으며, 답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였다. 일반 국민들은 살인적인 전기료를 피하기 위해 소등을 해야했으며, 산업체 등은 싼 값의 전기를 충분하게 공급받아왔다.

그러나 이제 시대는 변했다. 기업은 생산성 만큼이나 도덕성에 무게가 주어졌으며, 사회는 선택과 집중보다는 균형과 평등의 가치가 소중하게 여겨지는 시대가 됐다. 재벌에 집중된 경제력이 사회양극화를 불러온 원인 중 하나임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여전히 중요한 소비재인 전기의 사용요금을 서민들에게 집중시킨다면 이는 차별이다.

지난 해 12월 전기요금 누진제는 6단계로 개편됐다. 누진제 단계는 줄었으나 여전히 월사용량에서 최소사용가구와 최대사용가구의 요금차이는 10배에 달할 정도로 차이가 심하다. 누진제는 개편되어야한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정부와 한전은 소비재인 전기에 대해 생각을 바꿔야한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전력난이라며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다. 더는 국민들에게 부담을 주어서는 안된다. 여름철 에어컨은 이제 사치가 아니라 필수품이다. 복지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원자력발전소 감축이 추진되는 시점이다.
이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전기는 생필품이다. 국민들은 누구나 시간과 장소의 차별없이 전기를 소비할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