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7억7280만원 화폐 훼손 … 작년 손상주화 발생 '전국 2위', 한은 "새 돈 만드는 비용 아끼려면 지갑 보관·예금 뒤 사용" 당부
젊은 부부가 케케묵어 너절해진 검정색 비닐봉지 뭉치를 품에 안고 한국은행 인천본부를 찾았다.

비닐봉지 안엔 심하게 훼손된 5만원권 뭉칫돈이 가득했다.

"장사하며 번 돈을 땅속에 묻어뒀으니 찾아 달라"는 노모의 얘기를 듣고 돈을 가져온 것이다.

한은 인천본부는 사흘 간에 걸쳐 이 돈이 '진짜 돈'인지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화폐 식별작업을 벌였다.

식별할 수 없는 지폐를 제외하곤 8000여만원 상당의 훼손된 돈이 진짜로 판별됨에 따라 부부의 손엔 '새 돈'이 쥐어졌다.

28일 한은 인천본부에 따르면 2012~2016년 사이 5년간 인천에선 7억7280만원 규모의 지폐와 주화가 손상된 것으로 집계됐다.

불에 타거나 훼손돼 사용할 수 없게 된 지폐인 '소손권'을 신권으로 교환해준 금액만 연평균 7490여만원에 달했다.

금액별론 5만원권이 4900여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1만원권(2400여만원)이 뒤를 이었다.

변형되거나 변색돼 재사용할 수 없게 된 동전도 연평균 7950여만원에 달했다.

금액만 놓고 보면 지폐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한은 인천본부는 이를 '손상 주화'라고 부른다.

지난해의 경우 인천은 경기도 다음으로 전국에서 손상 주화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으로 꼽혔다.

손상 주화는 대부분 폐차장이나 소각장에서 발견됐다.

국내에서 한 해 평균 화폐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수백억원, 동전 제조 비용은 610억원이라는 게 한은 인천본부의 설명이다.

같은 기간 한은 인천본부의 '동전 다시 쓰기 캠페인' 등을 통해 화폐를 회수·재사용함으로써 절감한 비용은 연간 284억원으로 동전 제조 비용 610억원의 46.5% 수준이었다.

은호성 한은 인천본부장은 "동전과 지폐를 깨끗이 사용하면 새 돈을 만들기 위한 비용을 많이 아낄 수 있다"며 "지폐는 지갑에 보관하고 가급적 금융기관에 예금한 후 돈을 사용하는 등 올바른 화폐 사용 습관을 실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황은우 기자 he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