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도시 만들려면 문화·역사·환경전문가 함께 해야"
▲ 평생을 문화예술행정 한길을 걸어온 최진용 인천문화재단 대표는 문화도시인천은 구호로만 되는 게 아니라 시민과 예술인, 시정부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손잡고 가야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고유문화가치 재창조' 심층 고민해야
역사·문화적인물 발굴로 자부심 고취
바다 활용한 친수문화공간 확대 필요
음악도시 특화·뮤지엄파크 조성 주력


반듯한 도로에 높은 빌딩이 줄지어 선 잿빛 도시, 그런 도시가 예전에는 멋진 도시였다. 그러나 지금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의 구불구불한 도시, 여유와 느림을 누릴 수 있는 도시가 좋은 도시가 되고 있다. 인간의 온기가 느껴지는 도시, 역사가 숨쉬는 도시, 지속가능한 도시, 그런 도시가 인천시가 추구하는 문화도시가 아닐까.
앞으로 5년 동안 인천시가 문화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비전과 정책과제를 제시하는 '인천시 문화도시 종합발전계획'이 7월 중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인천시는 최근 최종보고회를 갖고 미흡한 부분의 보완을 거쳐 최종 계획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인천시민과 문화예술인들이 인천을 문화도시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70여개 세부사업을 담고 있다. 인천이 문화도시로 발전하는데 필요한 문화도시 생태계의 요소를 설정하고, 인천의 문화환경을 분석해 시사점을 도출, '문화도시 인천'의 중장기 밑그림을 제시하는 작업이다.
최진용 인천문화재단 대표에게 인천시 문화도시종합발전계획 내용을 중심으로 '문화도시 인천'이 나가야 할 방향 등을 들어본다.

최진용 대표는 지난 22일 인천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성냥갑 같은 빌딩만 세워서는 문화도시가 될 수 없다. 문화도시는 도시계획에 문화전문가가 참여하는 등 문화예술 영역과 다른 분야가 함께 협업을 통해서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용현·학익 지구에 들어서게 될 '인천뮤지엄 파크'는 인천의 모습을 바꾸는 문화도시의 출발점이 될 것인 만큼 세계적인 미술관·박물관으로 짓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예전에는 도시재생을 하려면 불도저로 낡은 집을 밀어버리고 높은 빌딩만 올리면 됐으나 지금은 도시재생에 우선 역사가가 참여해서 역사의 체온을 담아야 한다. 문화가가 참여해서 문화의 따뜻한 온기를 담아야 한다. 환경전문가가 들어가야 지속가능하다. 이제 도시설계는 건축가만이 하는 영역을 넘어섰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재생에 문화예술 분야가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인천의 섬을 보물섬으로 만들려면, 문화가 들어가야 한다며 선착장 만들고 기반시설 닦는 해양항만 정책을 넘어서서 문화와 접목됐을 때 진짜 보물섬으로 살아난다고 했다. 도시계획이든, 도시재생이든, 해양정책이든 문화가 빠지면 좋은 도시, 좋은 섬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 일답.

▲인천시 문화도시종합발전계획을 총론적으로 평가한다면.
-이번 최종보고회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볼 때, 문화성시 인천의 중장기발전 계획에 대한 비전과 방향, 목표를 잘 담았다. 그러나 각론에 들어가서는 좀 미흡하고 아쉬운 것도 있는데, 향후 보완 작업이 이뤄졌으면 한다. 인천시에서는 시행계획을 수립할 때 보다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고 있다.

▲미흡하거나 아쉬운 부분을 좀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한다면.
-이제 문화는 문학·미술·음악·연극·무용·영상·출판 등 좁은 의미의 문화 개념보다는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문화의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다. 도시건축과 도시디자인, 도시재생 전반을 다루는 문화발전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런 면에서 문화발전계획에도 인천시 문화관광체육국 뿐만 아니라 도시계획 관련 국(도시계획과, 도시재생과), 해양항공국(해양도시정책과) 등 여러 부서가 함께 참여하고 공동으로 추진해야한다고 본다.
예를 들면, 인천시 문화예술과의 섬프로젝트와 해양도시정책과의 섬프로젝트가 반드시 연계돼야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만큼, 거기에는 문화전문가, 역사가, 환경전문가 등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재생과는 말할 것도 없다. 도로를 반듯하게 만들고 낡은 건물을 쓰레기 치우듯 밀어내고 새로운 빌딩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체온, 문화의 숨결이 담겨진 문화 중심의 도시재생이 이뤄져야 성공을 거둘수 있다. 유럽의 많은 도시들, 일본의 도시재생사업이 이를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인천의 문화가치창조가 문화성시 인천의 중요과제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런 부문은 잘 반영됐는지.
-인천 고유문화가치 재창조를 좀더 심층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면 인천의 문화가치 재창조, 인천 문화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인천의 역사적 인물, 문화적 인물을 발굴하고 재조명해 인천의 문화적 자부심을 갖게 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또 해양도시 인천, 산업도시 인천, 개항역사도시 인천에 대한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이를 비중있게 문화정책적 차원에서 재조명하는 보완작업이 이뤄졌으면 한다.
특히 인천이 갖고 있는 살아있는 바다, 꿈꾸는 해안 등을 문화적으로 구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수변공간 조성, 예를 들면 뉴욕의 배터리공원같이 산책로, 수변조각공원, 수변무대 등 친수 문화공간을 크게 확대해야 한다. 문화적인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친수문화공간의 조성을 크게 확충해야 할 것이다.

▲최근 인천시도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안정된 노후생활과 함께 문화적인 노후 생활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문제가 중장기 종합문화발전계획에는 어떻게 반영됐는지.
-중장기 문화정책에는 노후의 문화생활이 아주 중요한 과제일 수 있다. 어린이 청소년의 예술교육, 늘어나는 여가문제, 중장년층의 맞춤 문화프로그램 등을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하는데 이런 문제를 비중있게 다루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천시와 함께 세부 시행 작성 때 반영하려고 하고 있다.

▲인천은 하늘로, 바다로 세계를 향해 열려있고 이제는 교통의 출발점이자 중심이다. 동북아의 허브로 국제문화교류도 중요하다. 이에 적극적인 문화교류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인천의 캐치플레이스가 "모든 길은 인천으로 통한다"(all ways INCHEON)이다. 인천은 앞으로 동북아의 문화·산업·교통의 중심이 될 것이다. 지금 홍콩, 싱가폴, 두바이 등이 아시아의 문화중심도시가 되려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인천시도 문화적 잠재력을 키우고 국제문화교류사업도 중점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국제문화교류사업을 크게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인천문화재단은 이에 대한 필요성을 별도로 제시하겠다.

▲인천을 음악도시로 특화하기 위한 계획은 무엇인가.
-펜타포트락페스티벌과 부평음악도시의 지속적인 추진, 올해부터 시작되는 대합창제, 사운드바운드 음악축제 등을 내실있게 추진하겠다.
특히 이번 6월에는 추경예산에 음악플랫폼 구축을 위한 예산 일부가 반영돼 옛 대법원 인천등기소 건물을 매입하는 구입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그리운금강산을 작곡한 최영섭 작곡가와 송창식, 배호 등 인천 출신의 음악가 또는 인천과 관련된 음악가 등을 재조명하고 기념하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음악플랫폼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되지 않았지만 음악박물관 설립 등 많은 사업이 검토되고 있다. 또 월드뮤직페스티벌, 개항장음악축제, 밤마실축제 등 음악 관련 중요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이다. 아트센터 인천의 개관, 오페라 하우스의 추진 등 앞으로 인천은 음악도시로서의 면모를 뚜렷이 가꾸어 나갈 것이다.

▲이번 중장기 종합발전계획의 가장 역점 사업은 무엇인가.
-단연코 뮤지엄파크의 조성이다. 인천의 모습을, 인천의 문화의 얼굴을 바꾸는 엄청난 사업이다. 그런 면에서 정말 준비를 잘 해야하며 방향을 올바르게 잡아야 한다. 우선 미술관 건립을 볼 때 현재 규모로는 100만 도시 정도의 규모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시립미술관, 시립박물관, 센트럴가든을 중심으로, 메인 미술관 이외에 작은 미술관(예를 들면 부산시립미술관에 이우환미술관이 별채로 있듯이) 몇 개가 있어야 한다. 인천 출신의 자랑스러운 미술인 또는 한국의 대표적 미술인 몇 명의 독립미술관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다만, 개인적 의견으로는 문화산업시설은 인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송도테마파크로 이전하고, 미술관 공간을 더 확충했으면 한다. 또 센트럴파크는 조각공원으로 조성하면 어떨까 싶다.

▲문제도 많고 탈도 많은 아트센터 인천이 올 연말이면 개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문화계 일각에서는 아트센터 운영을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이와 함께 문화시설 운영을 재편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개인 생각입니다만, 당연히 아트센터 인천은 문화전문가가 운영해야 한다. 또한 인천문화예술회관 역시 전문가가 운영하는 문화재단화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지금 우리나라 대표적인 공연장, 문화시설은 모두 재단 형태로 운영되고 있고, 시가 직영하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며 전문성도 크게 떨어진다.
인천문화예술회관과 아트센터는 제1인천아트센터, 제2인천아트센터로, 각각 재단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시설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펜타포트 공연장도 문화시설화 해 전문성, 효율성, 경제성을 높여야 한다.

/이동화 기자 itimes2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