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가정 의존 심화 … 1인당 월 사교육비 23만원대로 급증
인천 서구에 사는 직장인 김현정(41·여·가명)씨는 본격적인 여름 방학 시즌을 앞두고 초등학교 3학년인 딸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현재 아이가 다니는 학원만 영어, 수학, 피아노 등 세 곳. 한 달 남짓한 이번 여름 방학 기간에 논술학원을 추가하기로 했다.

이제 10살인 어린이에게 학원 4개는 너무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쩔 수 없었다. 김씨는 "방학 동안 아이 혼자 집에서 시간 보내는 것보다 평소 부족했던 글쓰기라도 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며 "방학 때만이라도 함께 체험학습 가고 집에서 직접 독서 교육도 하고 싶은데 상황이 안 되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초등학교가 '일기 쓰기', '건강한 생활하기', '우리 고장 박사되기'처럼 여름 방학 숙제 초점을 학생들의 자발적 탐구에 맞춘 것과 상관없이 학부모들은 아이 공부 걱정에 여념이 없다.

맞벌이 부부들은 학원 아니면 온종일 아이 맡길 데가 마땅치 않으니 사교육 의존도가 더욱 높은 분위기다.

20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초등학교 학원가에선 새학기 직전인 여름 방학이나 겨울 방학에 학생 유입이 가장 활발하다. 6월말부터 2학기 선행 수업 내용을 묻는 상담이 학원마다 부쩍 늘었다. 인천지역 학부모 정보공유 공간인 온라인 '맘 카페'에선 "학원비 때문에 알바라도 뛰어야 할 판"이라면서도 "자식이 뛰어놀길 바라지만 다들 하니까 어쩔 수 없다"는 한 회원 글이 공감을 얻기도 했다.

학원가 설명을 들어보면 예전에는 속셈학원과 같이 종합학원이 대세였다면 최근엔 단과학원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학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수학이나 영어를 주축으로 한 과목당 월 수업료가 적게는 10만원부터 전문 어학원의 경우 40만원에 이르는 곳도 있다. 감성지능 향상을 위한 피아노, 미술, 운동 학원까지 포함하면 아이 둘 있는 가정에선 아이들 사교육비로 매달 100만원은 기본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인천지역 초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지난해 기준 23만2000원으로 2012년(18만3000원)과 비교해 4년 새 5만원 가까이 급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원 원장은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업 시스템을 초등학생에 대입하면서 학원비가 오른 경향이 있다"며 "인천시교육청이 올해부터 사교육비 상승을 막는다며 학원비 표시를 강제했어도 학원 홈페이지 등에선 여전히 깜깜이로 운영되는 것도 사교육비 증가 요인"이라고 밝혔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