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추가조사 거부에 항의
인천지방법원의 한 판사가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추가조사를 거부한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항의하는 의미로 사표를 던졌다. 이 판사는 법원 내부망에 글을 올려 "(추가조사 거부는) 사법부의 마지막 자정의지와 노력을 꺾어버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천지방법원 최한돈(52·사법연수원 28기) 부장판사는 20일 오전 11시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판사직에서 물러나면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최 판사는 지난달 19일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현안 조사 소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최 판사는 "조사소위는 전자증거의 외부유출 방지, 행정처 입회하에 업무 수행, 보안유지에 필요한 제안 적극 수용 등의 취지를 담은 추가 조사 협조메일을 법원행정처에 보냈으나, 대법원장은 종전과 다를 바 없는 이유를 내세워 거부했다"라며 "이는 대법원장이 우리 사법부의 마지막 자정의지와 노력을 꺾어버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법부 내 공개되지 않고 은밀히 이뤄지는 법관 동향파악은 어떤 이유를 내세우더라도 법관 독립에 대한 침해"라며 "면담을 요청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였으나 아직까지 답변이 없다. 마지막 노력을 다하고자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한 젊은 법관이 직을 걸고 지키려 했던 법관의 양심이 전달돼 여러 의혹이 해소될 조치가 이뤄지길 염원한다"고 덧붙였다.

'판사 블랙리스트'란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성향과 동향을 파악한 명단을 만들어 관리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올 3월 의혹이 제기된 이후 법원행정처는 진상조사를 벌였으나,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는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판사들은 지난달 19일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열고 추가 조사를 결의한 상태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 사건으로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당했다.

법원 관계자는 "최 판사의 사직서는 아직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라며 "대법원이 수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