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에는 인천 앞바다의 섬들마다 수도권의 피서객들이 몰린다. 이 한 철을 겨냥해 새로 건조된 최신예 여객선이 운항 허가가 늦어지면서 부두에 발 묶인 채 성수기 한 철을 그냥 흘려 보낼 판이다. 그 여파는 당장 섬 주민들에게 미친다. 배편이 부족하니 섬을 찾는 관광객들이 줄어들고 여름 한철 장사에 기대어 사는 민박·식당 등 관광산업 종사 주민들의 한숨이 깊다. 인천시와 옹진군은 말로는 '보물섬', '애인(愛仁)섬' 프로젝트를 내세우면서 이런 문제 하나 팔 걷고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운항 허가 권한을 쥐고 있는 지방 해양수산청도 마찬가지다. 도장을 움켜쥐고 규제하고 감시하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국민의 공복이 될 수 없다.

덕적도는 인천 앞바다의 섬들 중에서도 낚시, 피서 등의 관광객이 특히 많은 곳이다. 이때문에 이 섬 저 섬을 거쳐 덕적도까지 운항하는 여객선이 하루 9회에 이를 정도였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선박 안전관리가 강화되면서 여객선 기항이 갈수록 줄어 들어 올해의 경우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노후 여객선 등이 퇴출되거나 검사·수리에 들어가는 경우가 늘어서다. 이에 기존 덕적 항로를 운항해 온 해운선사는 여객과 차량을 함께 실어나를 수 있는 489t급 차도선 한 척을 새로 건조해 인천∼덕적 항로에 투입할 계획이었다. 

특히 이 항로는 다른 섬을 거치지 않는 직항 항로여서 운항시간도 1시간 정도 단축된다. 선사는 여객선을 건조해 선박검사를 마친 뒤 지난 달 초순 연안부두에서 운항 대기 상태에 들어갔다. 이어 지방 해수청으로부터 인천∼덕적 직항 항로 운항 사업자로 선정받고 운항허가 발급 절차에 들어갔다. 여름철 성수기에 맞춰 지난 달 24일부터는 배를 띄운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언제 면허가 날지도 모르는 사이에 여름철 성수기는 이미 피크를 넘기고 있다. 직항로 개설에 잔뜩 기대를 걸었던 주민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보다 매출이 오히려 30% 이상 떨어졌다고 아우성이다.

운항 면허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해당 민원의 시의성 등을 살펴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것은 더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인천시나 옹진군도 아무 역할을 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민간기업이라면 이같은 늑장이 통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