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의 시대, 퇴보해야 행복하다
▲ 박병상 지음, 이상북스, 248쪽, 1만6000원
'개발'이 만든 환경문제 영향
'편의' 버려야 미래후손 생존
생물학자 시선으로 대안 제시



이미 일상이 된 환경 재앙의 시대,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침마다 스마트폰으로 날씨와 함께 미세먼지농도를 확인한다. 유난스럽던 지난해 더위에 이어 올해에도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는 해산물 구입과 섭취에도 각별히 주의를 기울인다. 마트에서 가공식품을 구입할 때면 유전자변형식품으로 만든 것은 아닌지 살펴본다. 그런데 이런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새책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이야기>(이상북스·248쪽)는 환경 재앙과 회복에 관한 한 생물학자의 견해를 담은 책이다. 지구온난화, 핵발전소, 기후변화, 미세먼지, 4대강 사업, 유전자변형식품(GMO) 등 경제성장 또는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발생한 문제들이 우리 생활에 끼치는 영향에 주목한다. 전 지구 차원의 환경 문제가 당장 내게 어떤 문제를 가져오는지 인식할 때, 보다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관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싫든 좋든 우리는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없는 세상으로 돌아가기 어려우며 핵발전소도 당장 폐쇄할 수 없다.

아무리 공기 정화기를 돌려도 미세먼지를 피할 수 없으며 4대강에 설치한 대형 보들도 그냥 허물어 버릴 수는 없다. 경제성장의 환영에 속아 마구잡이 개발을 하고, 자본이 제공하는 편의를 질문 없이 받아들이며 늪에 빠져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이 책의 1부 '낭떠러지로 달려가기'에서 우리가 직면한 환경 재앙의 구체적 모습을 살펴본다. 2부 '낭떠러지에서 벗어나기'에서는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제안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과 폭우, 폭설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저자는 무엇보다 '물'에 주목한다.

소나기는 사라지고 국지성호우만이 난무하는 도시에서 '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녹지와 습지를 조성해 녹색 도시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물 부족 국가에서 '빗물'을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서울대 한무영 교수의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풍경과 문화를 지워 버리는 직선 도로인 고속도로 건설을 이제 그만 멈추자며 고속도로 건설로 우리가 잃는 것들에 대해 살펴본다. 몽골의 사막화가 몽골의 일만은 아니라고, 몽골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 나무 심기 운동을 펼치는 환경 운동의 일면도 소개한다.

버리고 버려도 채워지는 생활 물자들을 바라보며 태양과 바람과 지열만으로 에너지를 충족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저자는 말한다.

"중독된 편의를 버려도 행복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깊어진다. 암세포는 개체의 몸에만 있는 게 아니다. 휴식 없는 사회에도 엄존한다. 최첨단 과학기술이 제공하는 참 편리한 세상은 머지않아 종말을 고할 것이다. 어떤 이는 성장이 멈춘 사회를 대비하라고 주문하던데, 그보다 흔쾌히 맞이할 일은 따로 있다. 우리는 시방 충분히 잘산다. 그렇다고 행복한 건 아니다. 건강해야 할 내일을 위해, 지속가능한 행복을 위해, 성장이 아니라 퇴보를 시도해야 한다. 새로 태어날 생명과 내 자신의 안녕을 위해 휴식의 가치를 만끽하자. 잃어버린 '기다리는 기쁨'을 되찾자"고.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미래를 위해, 경제정의와 사회정의를 넘어 후손들의 건강한 생존을 염두에 둔 세대정의와 생태정의가 행복하게 구현될 대안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이 바로 이 책이 주는 메시지다.

박병상은 도시와 생태 문제를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 헤매는 고집불통 서생이다. 군 생활을 빼고는 한 번도 인천을 떠나지 않은 '환경운동 하는 생물학자'다.

1976년 인하대학교에 입학해 학부와 석사와 박사 과정을 1988년까지 마치고 생태적 시각으로 여러 대학에서 '환경과 인간'이라는 주제로 강의했으며 현재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이다.

오는 9일 오후 5시30분 부평구청 7층 강당에서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1만6000원

/김진국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