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미화원·고시원거주자 대부분 50대 '중년'
노동 가능 나이 … 복지 사각에 생활고 못 벗어
인천 부평구 한 인도 위 3.3㎡(1평) 남짓한 구두수선대. 밖에선 뙤약볕이 내리쬐는 것과 상관없이 철제 박스 내부는 컴컴했다. 구두 닦을 때 쓰는 나무 받침대, 깔창 놓는 선반, 그라인더 등 수선 도구들 놓고 나니까 작업자에게 허락된 공간은 등받이도 없는 의자 하나가 고작이었다.

7일 만난 50대 구두 미화원 김정진(가명)씨는 손바닥만 한 선풍기에 의지해 폭염을 견디고 있었다. 지붕 위에 에어컨 실외기가 달려 있었지만 돌아가지 않았다. 인천지역 최고 기온이 32도를 넘어서는 날이었다.

김씨는 "구두 손질하면 먼지 풀풀 날리고, 약 냄새도 지독하니 에어컨을 돌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며 "밖에 물건을 두면 인도 침범으로 관할 구청에 지적을 받을 수도 있으니 좁아도 어쩔 수 없다"고 전했다.

시내버스 매표소처럼 구두수선대는 저소득층을 위해 도로점용을 허용한 영업장소다. 예전부터 장애인이나 수급자를 위해 허가를 내줬다. 자치단체에 한 해 내는 자릿값(점용료)이 20~40만원 수준이다.

김씨와 같이 부평지역에서 영업 중인 구두수선대만 48곳이다. 인천시가 1998년 신규 허가를 억제하란 지침을 내린 이후 그 숫자는 매년 크게 다르지 않다.

인천에서 수백 명에 이르는 구두 미화원 대부분은 50대 이상 남성. 보행자 편의 등을 이유로 최대 7㎡(2.1평) 이내로 제한된 철제 박스에서 길게는 수십 년째 노동을 이어오고 있다.

김씨는 "비좁고 더운 것보다 손님이 전보다 절반 넘게 준 게 더 큰 일"이라고 했다.

3.3㎡(1평) 정도 되는 구두수선대와 비슷한 크기인 고시원에서도 요즘 50대 남성들이 많이 산다.

최근 계양구 계산4동이 지역 내 고시원을 대상으로 취약계층 전수조사를 벌였는데 50대 남성 단독 가구에서 생활이 어려운 경우가 대거 발견됐다. 침대 하나가 끝인 방 월세 20만원을 내지 못해 허덕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계산4동 관계자는 "50대들은 노동 능력이 있기 때문에 65세 노인들과 달리 수급 등 제도적 지원에서 제외돼 오히려 어르신보다 힘든 처지에 있다"며 "고시원 특성상 한두 달 살고 떠나는 사람들이 아니라 보증금이 없어 수년째 좁은 공간에서 버티는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중년 남성들"이라고 설명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