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 길 잃은 차이나타운
상인들, 전통축제 등 계획
'관련 업종만 입점' 논의도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차이나'가 빠지고 있다. 중국식 문화와 동떨어진 터키식 아이스크림과 울진 대게빵, 일본 오사카 아이슈빵, 궁중 타래 가게와 노점이 차이나타운 곳곳에 입점해 있다.

여기에 프랜차이즈 카페들도 가득하다. 이국적인 중국식 의식주를 체험하길 기대했던 관광객들이 실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차이나타운 상인들은 예전처럼 중국 전통으로 가득한 곳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솟는 임대료에 떠밀리는 전통

상인들은 프랜차이즈 입점으로 차이나타운 특성이 사라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13일 차이나타운 거리 입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총 70여개 점포 가운데 커피 전문점이나 프랜차이즈 등이 10개 이상이었다. 차이나타운이 한창 활성화되기 직전인 2004년만 하더라도 카페는 단 1곳뿐이었다.

상권이 활성화되자 임대료가 올랐고, 프랜차이즈가 밀려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차이나타운 임대료는 3년 전 대비 100% 이상 올랐다고 한다. 최근 66~99㎡(20~30평) 기준 월 임대료는 300만~400만원으로 3년 전(100만~200만원)보다 두 배 가까이 폭등했다.

이대로 임대료가 계속 상승해 프랜차이즈 입점 비율이 늘어나면, 상권 특색을 잃게 된다. 결국 상권도 몰락할 수밖에 없다고 상인들은 우려하고 있다.

차이나타운의 한 임대인은 "임대인 입장에서 임대료가 높으면 좋을 수 있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뿐,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오히려 지역에 해를 끼친다"며 "자본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가게만 늘어나면 장기적으로 차이나타운 전체 상권이 활기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음식 아닌 문화를 팔아야

전문가는 관광지에서 음식만을 파는 게 아니라 특성에 맞는 문화도 관광객에게 선보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먹을거리 뿐만 아니라 중국 현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상인들은 머리를 맞대고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먼저 상인들은 중국전통문화 축제를 계획하고 있다. 3~4년 전만 하더라도 해마다 차이나타운에서 사자춤과 용춤, 중국식 결혼식을 재현하는 행사를 열다가 비용 등의 문제로 중단했다. 관광객들로부터 호응이 좋았던 만큼 올해부터 정기적으로 다시 여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또 차이나타운 특화거리에 적합한 업종만 입점을 허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필요하다면 관련 조례 제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현대 차이나타운상가번영회 공동회장은 "차이나타운 본연의 특성을 되찾기 위해서 지자체가 관련 업종만 들어설 수 있도록 유도를 해야 한다"며 "차이나타운의 활성화를 위해 상인과 지자체가 서로 협력해 방법을 모색하자"고 말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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