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공원서 '일제강점기 징용노동자상 건립 제막식' … 기념동상 잇따라 세워져 "부평평화공원으로 이름 바꿔야" 제안 … 실제 모델인 지영례 할머니 참석 "우릴 기억해줘서 감사" 전해
▲ 12일 인천 부평공원에서 열린 '일제강점기 징용노동자상 건립 제막식'에 참석한 시민들이 공개된 노동자상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제공=부평구
제72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을 고발하고 희생된 노동자들 넋을 기리는 '징용노동자상'이 인천 부평공원에 건립됐다.

일본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의 군수공장이 있던 부평공원에 지난해 10월 소녀상 이후 징용노동자상이 연이어 세워지면서 공원 명칭을 '부평평화공원'으로 변경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인천민예총과 민예총평화축제기획단, 일제강점기 징용노동자상 인천건립추진위원회는 지난 12일 부평공원에서 시민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징용노동자상 '해방의 예감' 제막식을 열었다.

같은 날 용산에 세워진 징용노동자상과 달리 '해방의 예감'은 일제강점기 징용된 부녀 노동자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용산 징용노동자상은 깡마른 징용 노동자가 한 손에 곡괭이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 햇빛을 가리며 먼 곳을 바라보는 형태라면 인천 노동자상은 갈비뼈가 드러나도록 마른 아버지가 정면을 응시하고 있고 옆 딸은 그의 팔을 꼭 붙들고 있는 모습이다.

상을 제작한 이원석 작가(51)는 "강제위안부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일본 육군 조병창에서 일해야만 했던 지영례 할머니(89)와 이곳을 토대로 독립운동을 벌인 이연형 할아버지(1921~2009년·남) 두 실존 인물을 부녀(父女)로 설정했다"며 "현재 부평 미군기지 캠프마켓에 있던 일본 육군 조병창을 토대로 스토리를 만들어 인천만의 징용노동자상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징용노동자상 실제 모델인 지영례(89) 할머니도 참석했다.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위해 동행한 며느리는 "시어머니께서 강제위안부로 잡혀가지 않기 위해 조병창에 들어가 탄환 등 군수 물자를 만들었다고 말씀하시곤 했다"며 "자칫 잊힐 수 있었던 우리 이름을 기억해줘서 고맙다고 하신다"고 전했다.

이날 일제강점기 징용노동자상 인천건립추진위원회 상임대표인 김일회 신부는 "지난해 10월 부평공원에 인천시민들이 '인천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한 뒤 광복절을 맞아 일제강점기 때 노동력과 인권을 수탈당한 '징용노동자상'도 세웠다"며 "이제 부평공원이 평범한 공원이 아닌 평화를 지키는 자리가 되도록 '부평평화공원'으로 만들자"고 제안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홍미영 부평구청장도 페이스북 등을 통해 "부평공원이 '부평평화공원'으로 변경되도록 힘을 모으자"며 김 신부 의견에 지지를 보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