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용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초빙연구원  

이번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놓은 공약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일자리 창출'이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 일자리 창출위원회를 꾸리고, 대기업 회장들을 청와대에 초치하여 간담회를 여는 자리에 정규직 비율이 높은 기업을 특별히 불러서 함께 자리하게 하여 대기업들에 좀 배우라는 무언의 압력을 가하였다. 이 자리에 제공되었던 맥주 역시 그 제조회사 직원 모두 정규직이기 때문에 선정되었다고도 한다.

교육 분야에서도 무기 계약직에 있는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한 데 이어서 기간제 교사와 강사들까지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한다. 누구나 안정된 환경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조치들이 교육계에서 또 다른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이제껏 교사가 되기 위해서 버젓이 대학을 졸업한 다음에도 백수상태로 수년 동안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던 고시생들에게 기간제 교사에 대해 정규직으로 발령을 내릴 수 있다는 소식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충격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자신들은 인생의 모두를 걸다시피 하며 오랜 기간 임용고시 준비에만 매달려 왔는데, 기간제 교사들이 이참에 정규직 교사 자리를 꿰차면 앞으로 상당기간 자신들이 정규직에 도전할 기회조차 원천적으로 봉쇄되는 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젊은이들이 온통 정규직 교사나 공무원과 같이 안정된 신분을 얻으려고 이처럼 고시에 매달려 논쟁과 갈등을 빚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나라 발전을 가로막는 주요한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너무나 많은 젊은이가 안정된 삶을 보장하는 정규직이 되려다가 오히려 시험 준비와 응시하는 데에 지쳐서 자신의 능력과 시간을 소진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 우려스럽다. 

오늘날 우리 젊은이들이 고시(考試)에 목매는 전통은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실시하였던 과거제도(科擧制度)에 기인하는 것이다. 과거제도는 신분이 높고 낮은 집안 배경과 상관없이 능력이 있는 인재를 뽑아 고급관리로 삼는 제도이니, 신분의 차별이 엄존하였던 왕조시대에 이처럼 시험을 치러서 관리를 뽑는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1894년 우리나라의 갑오경장(甲午更張)이나 1898년 중국의 무술변법(戊戌變法)에서 근대화 개혁을 단행할 때 과거제도가 왕조시대의 잔재라고 하여 우선 폐지되었던 것만 보더라도 다양하게 발전해야 하는 근대사회에 과거제도가 걸맞지 않다는 것을 진작부터 인식하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과거제도의 폐해로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은 여러 방면에서 두루 실력발휘를 해야 하는 젊은이들이 오로지 안정된 생활과 권력을 보장하는 관리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인생의 많은 시간을 시험공부에 전력하였던 것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세상은 많은 지식을 머리에 꾸겨넣어 시험문제만 잘 푸는 것보다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더욱 간절히 요구되는 시대이다.]

나랏일을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지만, 나랏일은 기본적으로 '서비스업무'의 범주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이 빛의 속도로 변하는 오늘날 우리 젊은 인재들이 좀더 다양한 방면에서 도전과 응전의 정신으로 창조적인 일에 힘을 쏟아야만 앞으로 자신에게는 물론 나라 발전에도 희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