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숙 백석대 교수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기 몸을 책임지고, 자기 마음을 책임지고, 자기 자녀를 책임지고, 자기 인생을 책임지는 일이다. 그러나 어른이라고 모두 참다운 어른이 아니다. 그 내면에는 아직도 어린아이 같은 의존성과 책임 회피성, 불신, 공허함을 쫓는 광기, 충동성을 억제하지 못하는 중독성과 이상 성격장애로도 나타난다. 미국의 존 브래드쇼(John Bradshaw)는 중독자 가정 혹은 역기능 가정에서 성장한 자녀들은 부모에게 충분한 사랑을 못 받고 환영받지 못했고, 버려졌던 경험으로 '상처받은 내면아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어린 시절에 해결하지 못했던 슬픔의 감정이나 상실감, 억울함을 간직한 채 위로받지 못하고 비난과 학대 속에서 성장한 것이다. 그래서 깊이 간직된 '미해결된 과제'들을 다시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상처받은 내면아이는 모든 불행의 가장 큰 원인이며 인생에서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상처받은 내면아이는 성인이 돼서도 어떤 특성으로 나타나는지 존 브레드쇼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첫째, 혼자라는 느낌이 강하다. 어린시절 거절당하고 혼자라는 우울과 무기력은 대인관계에서도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며 피해의식이 나오며 열등감에 사로잡힌다. 두 번째 의존성이 강한 융합으로 나타난다. 자아정체성 상실로 자신의 행복을 찾기 위해 외부에 있는 것들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 바람 등을 포기하면서까지 상대방에게 맞추려고 한다. 세번째는 공격적 행동으로 겉으로는 조용하고 착하고 오랫동안 고통을 참아온 사람이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돌변하는 경우이다. 네번째는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나타난다. 성장초기의 무조건적 사랑과 있는 그대로 반영해주는 '충분히 좋은 엄마' 역할의 결핍으로 필요가 제대로 채워지지 않으면 자존감에 심각한 상처를 받는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이며 만족할 줄 모르는 탐욕으로 인해 대인관계에서 실망과 좌절을 반복한다. 다섯번째는 깊은 신뢰감의 부재로 인한 문제다. 영아기에 대상에 대한 안정적인 애착형성은 신뢰감 형성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애착형성의 실패는 신뢰형성이 되지 않아 깊은 불신의 뿌리를 안은 채 성장하게 된다. 아이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높은 장벽을 쌓고 스스로를 외롭게 고립시킨다. 여섯번째는 친밀감 장애로 가족들과도 친밀한 관계형성이 어렵고 심리적인 접촉과 연결이 어려운 사람이다. 성장시 부모가 아이의 감정이나 욕구, 바람이 무엇인지 알아주지 않으면 아이의 진정한 자아는 거부되고, 거짓자아가 만들어지고, 진정한 자기 인식이 없으므로 관계 속에서 친밀함을 경험하지 못한다. 혼자 버려질 것이 두려워 스스로 고립시키거나 학대적인 집단을 떠나지 못한다. 일곱번째는 무질서한 행동이다. 성장시 부모가 규범과 질서, 훈육을 통한 통제와 반복적인 훈련은 필수적이나 부모가 제대로 된 통제를 못하고 방치하면 자녀는 규범이나 질서를 만들 수 없다. 아버지의 역할이 바로 규율과 질서를 세우는 역할이다. 성장시 아버지의 부재는 때론 초자아를 형성하는 데에 어려움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여덟번째는 중독적·강박적 행동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중독적인 행동들의 주원인들은 어린시절 상처받은 내면아이로 자신의 기분을 쉽게 바꾸기 위해 알코올, 마약, 음식, 감정중독, 물건중독 등을 활용한다. 중독적 활동으로는 일, 쇼핑, 도박, 섹스, 지나친 종교 의식 등이 해당된다. 인지적 중독으로는 감정을 회피하여 느끼지 않으려하고 머리로만 사는 경우이다. 감정중독은 분노가 고통과 수치심을 덮어주는 방패막이라고 생각한다. 슬픔중독은 자기 존재 자체가 슬픔인 경우이다. 기쁨중독은 어떤 것도 나쁘게 보지 않는다. 억지웃음이나 좋은 이야기만 하는 사람이다. 물건중독으로는 돈이나 물건에 집착하여 술 모으기, 게임 케릭터 모으기, 신발 모으기 등이다 . 마지막으로는 사고의 왜곡으로 모든 상황을 개인화한다. 예를 들어 만약 아버지가 나를 위해 선물을 주지 않는다면 그건 내가 뭔가 잘못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며 자책을 한다. 또한 사고의 왜곡으로는 이분법적인 사고로 모든 상황들을 누가 맞다 틀리다로 판단하려고 한다.

상처받은 내면아이의 사고는 극단적이고 절대적인 사고로 합리적이지 못하다. 감정과 사고를 어떻게 구분하는지 배우지 못하여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는 생각을 이용하며 마음과 머리를 따로 구분한다. 어던 상황에서도 실제 사실이 아닌 가정을 바탕으로 두려움을 불러 일으켜 자신을 불안과 두려움으로 몰고 간다. 일처리에서도 아주 세밀하고 철저하게 생각하며(세밀화) 강박적이고 완벽주의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런 상처받은 내면아이를 우리사회에서는 아직도 반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