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해5도의 한 주민이 배편을 구하지 못해 아들의 임종을 놓친 사연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15일 대청도 주민과 에이치해운, 고려고속훼리 등에 따르면 대청도에 사는 A(64)는 이달 13일 오후 12시40분쯤 자신의 아들이 입원한 병원에 담당 의사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았다. 환자가 운명하기 직전으로 병원에서 임종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연락을 받자마자 A씨는 대청도 선착장으로 달려가 배편을 구하기 시작했다. 선착장에는 다행히 오후 1시10분에 출발하는 하모니플라워호가 있었다.

하지만 A씨는 배에 오르지 못했다. 해당 선사에서는 "승선 정원이 꽉 차 배에 탈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억장이 무너졌다. 하지만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약 1시간30분 후에 대청도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코리아킹호를 타기로 마음먹었다.

초조한 마음으로 다음 배를 기다리던 A씨는 코리아킹호에도 승선하지 못했다. 코리아킹호 역시 정원이 꽉 찬 상태라는 이유에서다.

A씨는 자신의 상황을 해경과 육경에 설명한 후 승선 방법을 찾기 위해 코리아킹호에 올랐다. 되돌아오는 답은 같았다.

해운법 등 관련법에 따라 A씨와 같은 상황을 구제할 수 있는 관련 규정은 없다. 해운법 제48조의2에 응급환자는 최대 승선 인원 범위를 초과해 여객을 운송할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A씨처럼 직계가족의 응급한 상황에 처할 경우 보호자는 배를 타기 어렵다.

발을 동동 구르던 A씨는 다음 날인 14일, 행정선과 해경 배를 타고 뒤늦게 병원에 도착해야 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하모니플라워호 정원 544명 가운데 유아가 1명이 포함돼 있었다. 유아는 정원에 포함되지 않는다.

A씨의 처남 B(60)씨는 "여객선은 섬 주민의 유일한 교통수단인데, 비상 상황에 처한 주민을 태울 수 있는 자리가 하나쯤은 마련돼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며 "선사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승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자리 없단 말만 되풀이하는 모습은 주민에게 행패를 부린 것과 같다"고 말했다.

에이치해운 관계자는 "출발 10분 전에는 발권이 불가능하고, 배 문도 닫혀 출발 준비가 모두 끝이 난다"며 "섬 환자가 병원에 가야 할 상황이었다면 운항관리센터 등에 보고를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