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SBS골프채널·MBC-ESPN 골프해설위원
이번 주에는 솔하임 컵 대회가 치러진다. 이 대회는 여자 프로골프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창설된 대회로서 미국 대표 팀과 유럽 대표 팀이 기량을 겨루는 국제대항전이다. 대회 명칭은 노르웨이계 미국인으로 골프용품 제조업체인 핑의 창업주 카르스텐 솔하임의 성에서 유래했다. 1990년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서 제1회 대회가 열린 뒤 2년마다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개최된다. 경기는 양 팀이 12명씩 출전하여 사흘 동안 매치플레이 방식으로 치러진다. 매치플레이는 골프 경기 방식의 일종으로 각 홀마다 승부를 가리는데, 타수가 적은 쪽을 그 홀의 승자로 하고, 한 홀의 경기가 끝날 때만 승패수를 계산하여 이긴 홀의 수가 미리 정한 라운드의 나머지 홀 수보다 많으면 이긴 홀 수가 많은 쪽의 승리가 확정된다.

매치플레이는 규정 라운드에서 최저타를 기록하는 것으로 우승자를 가리는 스트로크 플레이와는 달리 1:1 혹은 2:2의 팀별 매치로 상대방과 매 홀에서 승부를 겨루는 방식이다. 매 순간의 샷이 승부의 향방을 첨예하게 가르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매치 플레이는 해당 홀에서 승패가 명확히 나뉘거나 홀 아웃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 상대방이 퍼팅 마무리를 면제하는 컨시드를 행사할 수 있고 상대방과 샷의 순서는 철저하게 지켜줘야 하는 것이 스트로크 플레이와는 사뭇 다르다. 이러한 경기의 방식과 미국·유럽 간의 대륙 간 자존심 대결로 인해 팽팽한 신경전과 함께 응원전이 과열 양상을 띠며 그 재미를 한껏 돋운다.
스트로크 플레이라면 문제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지만 역대 솔하임 컵에서 일어난 해프닝을 예로 들어보자. 2000년 '골프 여제'로 불리던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유럽 팀 멤버로 출전한 솔하임 컵이 그런 경우였다.

이 대회 둘째 날 소렌스탐은 13번 홀에서 칩 샷을 날려 단번에 홀에 집어넣으며 버디를 잡았다. 그러나 상대방인 미국 팀 팻 허스트는 싸늘하게 "내 순서가 먼저였으니 다시 쳐라"라고 주문했다. 흔치 않은 실수였다. 허스트의 볼은 온 그린이 되어 있었고 그린 주변 어프러치를 남겨둔 소렌스탐의 볼보다 홀에서 더 멀었기 때문에 먼저 쳐야 했지만 소렌스탐이 이를 모르고 먼저 친 것이었다. 할 수 없이 소렌스탐은 샷을 취소하고 허스트가 친 뒤 다시 칩샷을 날렸지만, 이번에는 홀에 들어가지 않아 파에 만족해야 했다.

이에 소렌스탐은 섭섭함에 결국 눈물을 보이며 "규칙은 그렇다지만 이건 스포츠맨십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러한 눈물이 약이 돼 승부욕을 불태웠을지도 모를 터다. 소렌스탐이 속한 유럽팀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가 이 사건을 계기로 정신적으로 똘똘 뭉쳐 미국 팀을 14.5대 11.5로 누르고 승리했다.

어쨌든 소렌스탐의 사례는 매치플레이에서 결코 범해서는 안 될 실수로 꼽히며 여러 골프 관련 교육을 할 때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일화가 됐다. 그런 일이 있은 지 15년후인 재작년 9월 미국 대 유럽의 여자 골프 대항전인 솔하임 컵에서 벌어진 또 다른 컨시드 논란이다. 브리타니 린시컴과 한 조를 이뤄 미국 팀을 대표하던 앨리슨 리와 유럽팀의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과 찰리 헐 (잉글랜드)이 포볼(두 선수가 각자 플레이를 한 뒤 좋은 스코어를 채택하는 방식) 경기를 하던 중 앨리슨 리 는 17번 홀에서 상대 선수들이 그린을 떠나자 45cm 거리의 자신의 볼을 집었다. 그러나 페테르센이 "컨시드를 준 적이 없다"고 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결국 앨리슨 리는 이 홀에서 패한 뒤 다음 홀도 내주면서 경기에 패했고 경기 후 펑펑 울었다. 오전까지 6대10으로 유럽에 밀렸던 미국은 오후 싱글 매치 12경기에서 8승1무3패 (승점 8.5점)를 기록하면서 유럽에 14.5대 13.5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미국의 캡틴 잉크스터는 "앨리슨 리 사건은 우리 선수들을 불타오르게 했다"고 말했다.

원래 골프 역사는 매치 플레이 형식으로 시작되었으며 1759년에 스트로크 플레이가 고안되기까지 약 400년 동안은 전부 매치플레이로 경기를 하였다고 전해진다.
따라서 '매너의 스포츠'라는 골프지만 전통과 권위의 매치플레이에 각 대륙 간 자존심도 걸려 있어 개인은 물론 팀의 명예를 걸고 싸우는 만큼 감정적인 충돌도 종종 발생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