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차별화 포인트
반원형 기자 자리배치
사전조율 無 질의응답
매체별 공정 질문배분  

주요 답변
복지, 충분히 재원감당
위안부 문제 해결 안돼
北,ICBM 핵탑재·무기화가 레드라인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가진 기자회견은 형식과 내용면에서 지난 정부와 차별화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우선, 200여명에 달하는 내·외신 출입기자들이 모두 참석할 수 있도록 비좁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영빈관으로 장소를 옮겼다. 또,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기자들이 반원형으로 둘러앉아 아무런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은 '무각본' 자유 질의응답 형태로 진행했다.

지난 정부 때 짜인 각본대로 진행한다는 비판을 의식해 기자회견 형식과 내용을 확 바꾼 것이다.

청와대와 출입기자단은 이날 기자회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질문 주제와 순서만 조율했고, 질의내용과 답변 방식, 질문자 등에 대해서는 어떤 사전 약속도 하지 않았다.

사회를 맡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기자들의 질문에 앞서 "대통령님, 긴장되시죠?"라며 이날 기자회견의 의미를 부각했다.

모두 발언을 마치고 자리에 앉은 문 대통령도 어느 기자로부터 어떤 질문을 받을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기자회견에 임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총 15개 언론사 출입기자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뉴스통신사 1곳, 방송사 4곳, 종합지 1곳, 경제지 2곳, 지역지 3곳, 인터넷 매체 1곳 등 국내 언론사 12곳이 질문기회를 얻었으며, 미국 CNN과 NBC, 일본 NHK 등 외신 3곳도 문 대통령에게 질문했다.

매체 특성별로 비교적 공정하게 질문기회가 돌아갔으며, 지역지 3곳과 외신 3곳이 포함되는 등 지역 안배와 해외 언론에 대한 배려도 이뤄졌다.

질문 유형별로는 외교·안보 분야 질문이 6건, 정치 2건, 경제 2건, 사회·지역 분야 5건 등으로 나뉘었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 초반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기자회견이 진행될수록 여유를 찾고 자신감 있는 어조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검정 플러스펜을 들고 기자들의 질문을 메모지에 받아 적으며 간혹 미소를 비추기도 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문제 제기나 일부 잘못 알려진 사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모습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복지정책의 재원 문제에 대해 답하면서 "현재 정부가 발표한 여러 복지정책은 지금까지 발표한 증세방안만으로 충분히 재원 감당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답변 중 이날 일부 언론에 보도된 '산타클로스 정책'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자, 윤 수석은 "대통령께서 여러분의 기사를 얼마나 열심히 보고 계시는지에 대한 방증"이라며 웃음을 유도했다.

일본 언론과는 강제징용·위안부 문제를 놓고 시각차를 드러냈다.

일본 NHK 기자가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며 "강제징용은 노무현 정부 때 한일기본조약에서 해결된 문제"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는 한일회담이후 알려져 다뤄지지 않았고, 한일회담으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부동산 정책 관련 질문을 받고는 3∼5초가량 말을 멈추고 생각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북한의 ICBM 개발을 둘러싼 북미간의 갈등에 대한 미국 언론들의 우려에는 분명한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 NBC 기자가 "북한 ICBM의 기술적인 진전으로 미국이 한국과의 협의없이도 군사적인 결정을 내릴 권리가 발생된 것"이라고 언급하자 문 대통령은 "레드라인(금지선)은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레드라인 임계치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리겠다"며 "6·25 전쟁으로 인한 위기에서 온 국민이 합심해 이만큼 나라를 일으켜 세웠는데 전쟁으로 그 모든 것을 다시 잃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오전 11시에 시작해 정오에 마칠 예정이었으나, 질문기회를 얻지 못한 기자들의 질문요청이 쏟아져 추가 질문을 더 받느라 낮 12시 5분에 끝났다.

/이상우 기자 jesus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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