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 사회부장
지난 9일 열린 새얼아침대화에서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한 말이 끊임없는 인천의 화젯거리다. '인천에는 해양정체성이 없다'는 김 장관의 발언 때문이다. 당시 김 장관은 정부가 해양수산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인천에서 목소리를 높여 달라고 밝혔다.
부산이 그런 역할을 많이 해왔던 것처럼 해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특히 김 장관은 해양수산부 부활을 예로 들었다. 부산이 해양수산부를 다시 만드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인천의 속내는 부글부글거린다. 마치 해양에 대한 관심도 떨어지고 능력도 모자란 인천이라는 지적처럼 들리는 탓이다. 또 한쪽에서는 김 장관 발언에 '발끈' 할 게 아니라 인천이 반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들도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반성만 하자는 말에는 결코 동의하기 어렵다.
인천항은 그동안 부산항과 경쟁하지 않았다. 컨테이너 물동량 2000만TEU를 목표로 하는 세계 5대 항만과 올해 300만TEU를 향해 이제 막 50위권에 진입한 항만이 같을 수는 없다. 수도권 항만이라는 이유로 먼지 풀풀 나는 벌크화물을 처리해 오다 최근 들어 글로벌 수준에 적합한 컨테이너터미널 6개 선석을 겨우 갖춘 인천이 부산항을 어찌 감당할 수 있을까.

부산의 해양정체성이 인천보다 높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세계적인 항만인 부산항을 끼고 있고, 각종 해양관련 단체와 기관이 포진해 있는데다가 해양수산부 장관도 줄줄이 배출해 온 부산의 해양정체성은 인천보다 반드시 높아야 한다. 이런 인천이지만 해양수산부 장관으로서 '정체성 발언'은 적절하지 않다. 해양수산부는 이익단체가 아니라 정부부처다. 인천은 2011년 해양수산부 부활을 위해 나름대로 큰 역할을 했다. 인천지역 내에서 해양수산부 부활을 위해 바다에 대한 관심을 높이자며 토론회는 물론 세미나를 열었다.
부산에서 열린 해양수산부 부활 촉구 집회에도 참여해 해양수산부 부활이 부산만의 요구가 아닌 인천을 포함한 전국의 촉구임을 주장하는 데 힘을 보탰다. 인천항 같은 무역항은 전국 어디에나 들어서 있는 것은 아니다. 해양수산부의 존립 기반이 되는 몇 안 되는 주요 항만 중 하나가 인천항이다.
인천항의 해양정체성 확보를 위해 해양수산부가 무엇을 했는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사실 해양수산부를 대표해 인천에 있는 과거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어땠나.

해수부 퇴직을 눈앞에 둔 인사들이 마지막으로 거쳐 가는 자리가 바로 인천해양수산청장이었다. 수도권에 위치해 출퇴근은 편하고, 현안도 별로 없어 일하기 좋은 자리였기 때문이다. 인천 해양정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었을까. 10년 넘게 이야기하고 있는 인천항만 배후단지 조성 국비지원 상향 조정 역시 말뿐이다. 장관이 바뀔 때 마다 요구했지만 검토해 보겠다는 말뿐, 인천 항만업계 경쟁력을 위한 근본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수도권이라며 홀대를 받기 일쑤였다. 신항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신항배후부지 조성 사업 역시 언제 제대로 진행될지 아무도 모르는 처지다.
바다가 미래 먹을거리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러나 이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해양수산부 역할이 아주 크다. 인천을 단지 '울고 보채는' 애물단지로 만들 게 아니라 우리나라 해양발전에 힘을 보탤 하나의 축으로 인정하고 대접하는 게 필요하다.
해양수산부가 부산에서 벗어나 국민의 정부부처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한진해운 파산 결정이 보여준 교훈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우리나라가 바다에 대한 정체성이 희박한데다 해양수산부 목소리가 힘을 받을 만큼 크지 못했던 탓이 아닌가.

해양수산부가 그 임무에 걸맞은 위상을 국민들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인천의 힘'은 반드시 필요하다.
바이오산업이 꿈틀거리고 있고 제조업 비중이 여전히 높은 인천이다. 여기에 경제자유구역·인천항·인천국제공항 등 다양한 먹을거리와 인프라가 포진돼 있는 인천은 우리나라 축소판이라 할 만하다. 인천에서 해양정체성이 높아질 때, 우리나라 해양정체성도 강화되고 해양수산부 위상 역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