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한 지 4개월만에 물에 잠겨버린 제2외곽순환도로 북항터널의 사고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결론은 설계부터 운영·관리에 이르기까지 '부실 덩어리'인 채로 개통된 인재라는 사실이다. 국내 최장 해저터널 방식으로 건설하면서도 설계 단계에서는 이같은 외부 여건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배수펌프 일부는 작동조차 되지 않았다. 이 무슨 후진국형 인재란 말인가. 제2외곽순환도로 인천~김포 구간은 요란한 홍보와 함께 지난 3월 개통됐다. 그러나 불과 4개월 만에 집중호우 한방에 거대한 수로로 전락했다. 1주일 이상 통행이 불가능해지면서 시민들을 놀라게 했다. 이번 사태는 현재 정부의 공공 서비스가 총체적으로 부실화하고 있다는 우려를 던져준다. 손쉽게 민간자본에만 의지하는 '민자도로 만능'이 빚은 참사다.

국토부는 석유화학단지 등 집수유역 밖에서 빗물이 터널로 다량 유입되면서 배수 기능이 정지된 것이 이번 침수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현지 여건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설계되고 공사가 이뤄져 배수 체계가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는 것이다. 배수펌프 14대를 설치해 빗물을 도로 밖으로 펌핑하도록 설계됐지만 외부 유입수의 존재는 가정하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종점부 펌프 11대 중 2대는 아예 작동하지도 않았다. 또 배수펌프가 작동하도록 정한 수위 기준값이 정상인 2.3m에서 3.2m로 90㎝나 임의로 조정돼 있었다. 물이 다 차오르도록 펌프가 무용지물이었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점이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될 정도이다.

제2외곽순환도로 인천∼김포 구간에는 1조70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이 돈은 결국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충당된다. 도로·철도·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책무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이같은 공공 서비스를 손쉽게 민간자본에만 의존하려 한다. 시민들은 재정투자 도로의 1.5배에 가까운 이용료를 물어야 해 이중으로 세금을 내는 신세가 된다. 그러면서도 터널이 물바다가 되는 사태까지 당해야 하는가. 차제에 정부는 국민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민자 SOC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