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1위 은행나무 "열매 냄새 지독" 민원 빗발
미리 따내도 처치 곤란 … 인력한계 탓 폐기물 신세
▲ /아이클릭아트
"정말 고역입니다. 인도 걷는 게 이렇게 고통스러워서야 되겠습니까."

'수확의 계절' 가을이면 거리 위 악취 폭탄이 되는 은행나무 열매 때문에 인천지역 자치단체마다 민원이 줄을 잇고 있다. 은행나무는 매년 가을이면 도시 미관을 해치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어도 공해에 강할 뿐 아니라 공기 정화 능력이 탁월해 가로수 수량 가운데 부동의 1위를 이어가는 중이다.

자치단체들에선 그때그때 열매를 제거하는 것 말고는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은 어렵다는 반응이다.

인천시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인천지역 가로수 20만6040그루 중 은행나무는 4만6964그루를 차지하고 있다. 비율로 따지면 22.8%다. 40여종에 이르는 가로수종에서 가장 높은 비중이다. 두 번째로 많은 느티나무(17.8%·3만6763그루)와 비교해 1만 그루 정도 앞선다.

은행나무는 1995년 3만9728그루에서 20년 동안 18.2%(7236그루) 증가한 반면, 전체 비율적으로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1995년 47.2%→2015년 22.8%). 이처럼 거리 위 압도적인 숫자를 보이는 은행나무를 관리하기 위해 자치단체들은 요즘과 같은 가을철이면 '은행나무 기동반'을 운영해야 할 지경이다.

부평구는 은행나무 열매를 선제 채취하는 기동반을 9월20일부터 오는 11월30일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버스정류장이나 횡단보도 등 교통 중심지나 민원 다발지역에 위치한 은행나무의 열매를 땅에 떨어지기 전에 딴다는 계획이다. 8298그루 은행나무가 있는 서구도 이달 중순까지 열매를 집중적으로 채취한다는 방침이다.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추석 무렵이면 은행 민원으로 전화에 불이 날 지경"이라며 "기동반이 있다고 해도 워낙 은행나무 수가 많아 완벽한 선제 대응이 어렵다. 은행나무 순기능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은행나무 열매는 처리 후에도 문제다. 작업 차에 실린 은행 대부분은 얼마 정도 보관 뒤 산업폐기물로 버려지는 신세다.

일부에선 은행나무 열매를 소외계층에 전달하거나 팔아서 그 수익금을 기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관련 인력 확보 등 한계에 막혀 악취 민원 해결에만 급급한 상황이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