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사고 잇달아
안맞는 부품 끼워맞추고
인건비 아끼려 무인 개조
▲ 경기도 의정부시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타워크레인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인천지역 건설현장 내 크레인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인천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의 대형 크레인(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지난 10일 의정부시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타워크레인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인천에서도 크고 작은 크레인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타워크레인 전문가들은 안전 조치 미흡과 불법 개조, 부실한 검사 체계 등을 사고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4월14일 인천 남동구 만수동의 한 장애인 학교 신축 공사장에서 25t 크레인이 쓰러졌다. 크레인이 건설 자재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작업자 4명이 다쳤다.

앞서 인천국제공항 3단계 건설현장에서도 크레인이 전도됐다. 2015년 11월10일 100m 높이의 이동식 타워크레인(550t급)이 넘어져 작업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당했다.

대규모 인명 피해를 불러일으킬 뻔한 사고도 있었다. 2015년 9월16일 경인국철 부평역과 백운역 사이 선로에 대형 크레인이 쓰러졌다. 다행히 사고 당시 전동차가 지나가지 않아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대부분 사고 원인은 부실한 검사에다 기계를 조작하는 현장 분위기에서 비롯됐다.

인천에 등록된 크레인 300여대 가운데 15년 이상 된 크레인은 87대다. 특히 이 중 20년 이상 된 크레인은 72대다.

오래된 크레인은 크고 작은 결함이 발생해 제 때 맞춰 부품을 교체하거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크레인을 생산하는 회사가 없어 전부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연식이 오래돼 부품을 교체해야하지만 기계가 단종돼 제품을 추가 생산하지 않는 경우 어쩔 수 없이 규격에 맞지 않은 부품을 끼워 맞추기도 한다. 현장 작업자들은 이러한 크레인을 '프랑켄슈타인'으로 표현할 정도다.

여기에다 불법 개조도 서슴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는 업체가 무인 크레인을 쓰고자 조종석을 개조하기도 한다.

더구나 신호수 등 크레인 조종 면허가 없는 현장 작업자가 무인크레인을 조종하는 경우가 많아 사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전국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 한 전문위원은 "정부가 규제 완화로 3t 미만, 무인크레인은 20시간 교육만 받으면 조종할 수 있게 제도를 만든 게 사고를 부추기고 있다"며 "공사 시간을 줄이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을 지키지 않은 것도 사고의 큰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1대 세우려면 200명" 돈에 무릎꿇은 안전

설치·해체 작업일수 줄이기 급급 … 사용연한 제한 없어 '단가 낮추기' 혈안


건설업계에선 타워크레인 한 대 세우면 이와 함께 일하는 노동자를 200명으로 본다. 타워크레인이 자재를 실어줘야 철근공이나 형틀목공들이 일할 수 있다. 건설업자들이 타워크레인 파업을 가장 경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타워크레인이 멈춰 서면 모든 작업이 '올스톱'된다. 건설 현장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타워크레인이지만 안전 관리와 감독은 늘 돈 문제에 가로막혀 뒷전에 놓인 상태다.

▲사고 주요 원인 '텔레스코핑', 작업 일수 반 토막 내기도

'텔레스코핑'은 타워크레인을 설치하거나 해체 또는 키를 높이기 위해 기둥 구조물을 들어 올리는 작업을 말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 6월까지 타워크레인으로 인한 중대 재해 23건 가운데 텔레스코핑과 관련된 사고는 11건이었다.

10일 의정부 사고도 타워크레인을 해체하기 위한 텔레스코핑 작업 중 타워크레인이 균형을 잃고 넘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남양주 다산신도시 타워크레인 사고도 인상 작업 도중 일어났다.

기존 사례만 놓고 봐도 텔레스코핑은 대충, 적당히 했다가는 큰 화를 입게 되는 작업이지만 인천지역 건설 현장에선 여전히 자본 논리에 치우쳐 운영되고 있다는 증언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타워크레인 높이를 조절하는 인상 작업은 보통 이틀로 보는데, 하루 만에 해치우는 일이 잦다"며 "해당 작업은 일명 '도비팀'으로 불리는 하도급업체에서 주로 맡아서 한다. 작업 일수를 줄일수록 돈이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 들어 인력난도 심각해 비전문가가 투입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최저가 입찰제', 타워크레인 설비 투자 막는 요인

5명 사상자를 낸 의정부 타워크레인은 제조된 지 27년이나 된 것으로 밝혀졌다.
인천시에 등록된 타워크레인은 모두 297대. 인천지역 타워크레인 역시 노후 설비가 적지 않다는 게 타워크레인 기사들 설명이다.

익명을 요청한 타워크레인 기사 A씨는 "타워크레인 사용 연한 제한이 따로 있지 않아서 타워크레인 대여 업체는 새로운 시설 도입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며 "최근 20년 가까이 된 타워크레인을 조종했는데 곳곳에 수리 흔적과 녹이 슬어 있었다"고 전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위원회 김현석 인천경기타워크레인지부장은 "타워크레인은 건설기계로 등록돼 있어도 일반 건설기계와 달리 기사들이 아닌 임대 업체에서 보유하고 있다"며 "원청이 타워크레인 임대 업체 선정할 때 최저가 입찰제를 고수하고 있어 업자들은 단가 낮추기에 혈안이고 그만큼 안전 문제는 뒷전이 되고 마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