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군·구의 살림이 빠듯해 갖가지 어려움을 겪는 마당에 교육보조금마저 주지 않는다니, 이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기초자치단체 재정 사정이 나쁜 탓에 그러지 않아도 주민 삶의 질이 떨어져 서러운데, '교육 차별'까지 받으니 지역 주민들에게 울화가 치미는 일은 당연하다. 인천시 동구 교육단체와 학부모회는 급기야 교육경비보조금과 관련된 규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인건비를 자체적으로 충당하지 못하는 기초단체에는 관내 학교에 교육경비보조금을 지원할 수 없도록 제한한 규정에 반발하는 것이다. '교육경비보조 재개정을 요구하는 인천시 동구, 옹진군 학부모, 주민, 의원 일동'은 12일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안전부에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교육경비보조금은 각 군·구가 관할 구역 고교 이하 학교에 지원하는 규정이다. 일선 학교가 교육 프로그램이나 시설개선 사업을 신청하면 군·구가 선정해 지원금을 집행하는 방식을 취한다. 그런데 행정안전부가 지난 2013년 갑자기 규정을 개정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당시 행안부는 '지자체가 지방세와 세외수입 총액으로 소속 공무원의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하면 교육경비보조금 지원을 금지한다'는 규정을 마련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자치단체는 일선 학교의 교육 사업비까지 지원하지 말라는 취지다. 전국 68개 기초단체가 이 조항에 해당됐다. 인천에서는 동구와 옹진군이 대상이다. 해당 지역 지자체와 학교들은 법의 불합리함을 계속 주장해 왔다. 이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교육격차를 하루 빨리 해소해 달라고 호소한다.

다른 곳에서 다 받는 교육보조금을 기초자치단체 재정이 나쁘다는 까닭으로 주지 않는 것은 차별 중의 차별이다. 해당 군·구의 학교에는 무슨 죄가 있으며, 학생들은 또 어떤가. 다른 지역에서는 받는 보조금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태에서 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이를 지켜봐야 하는 학부모들의 심정이야 오죽하겠는가. 정부는 주민 삶의 질 개선을 말로만 외치지 말고, 이런 말도 안 되는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 돈 없는 지자체에 산다는 이유로 내 아이가 질 낮은 교육을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