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정균 한강유역환경청장
한강유역환경청은 10월부터 자유학기제를 맞은 중학생을 대상으로 '에코리더' 교육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로 물벼룩을 관찰하기도 하고, 강사의 강의에 집중해 다양한 환경관련 직업들에 대해 배우기도 한다. 이 학생 중 일부는 어쩌면 훗날 환경을 담당하면서 지금 우리가 시행하고 있는 정책들의 성과를 평가할지도 모른다.

미래 세대는 자신의 손으로 더 멋진 환경을 만들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삶은 자신의 손으로 개척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래 세대에게 그 의무가 있듯, 우리 세대에게는 우리가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기반을 미룰 수는 없다. 우리 세대에게 남겨진 숙제, 물 관리 분야에서는 통합적 물관리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물 정책은 1994년 낙동강 오염 사고 대책의 하나로 시작됐다. 당시 수질 개선사업을 담당하고 있던 건설부의 상하수도국과 보건사회부의 먹는물 수질규제 업무가 환경처로 이관되면서 수량은 국토교통부, 수질은 환경부로 이원화돼 관리되기 시작했다.

물은 하나인데 수량과 수질로 이원화해 관리하다보니 지난 20여년간 기관 간 갈등과 업무의 중복, 이로 인한 예산낭비와 비효율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아직까지 속 시원히 해결되지 못했다. 물 관리 일원화는 이 해묵은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선 환경부와 국토부로 나뉘어 있는 수량과 수질, 재해 등 물 관리 기능과 조직을 하나의 일관된 체계로 통합·개편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합적 물 관리로 발전하기 위한 첫 단추인 셈이다.

수량과 수질, 수생태계의 조화가 전제되지 않은 지금까지의 물관리 정책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비효율적 조직 구조로 인한 예산 낭비뿐만이 아니다. 시민들의 의식과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유역별로 상·하류 주민 간 갈등으로 사회적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2500만 수도권 시민들의 식수원인 한강은 총 길이가 500㎞에 달해 다양한 생태적·문화적·산업적 특성을 함께 지니고 있다. 그만큼 상·하류 주민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의미다. 물 관리 일원화가 이뤄지면 대규모 댐 건설 등 공급 위주의 획일화한 물 관리를 탈피해 완전한 유역(流域) 의사결정체계 구축이 가능해진다. 지역 주민과 전문가가 직접 지역의 물 관리에 참여할 수 있게 되므로 수질보전, 수생태계 복원 등 환경 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물 관리를 기대할 수 있다.

물 관리 일원화는 지난 20여년간 많은 논의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 사안이다. 이제 우리는 수자원 개발 중심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통합적 물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 통합적 물 관리. 그것은 다음 세대가 더 나은 환경을 가꾸어나갈 수 있도록 우리 세대가 기본적인 발판을 마련해 주는 방법이다.

국회에서는 지금 물 관리 일원화 특별위원회가 만들어져 이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다시금 에코리더 교육프로그램에서 본 학생들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스스로 더 멋진 환경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미래 세대 앞에서, 숙제를 마치지 못해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숙이는 부끄러운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 물 관리 일원화는 이제 한 세대를 살고 다음 세대에게 생(生)의 바톤을 넘겨줄 우리 세대에게 남겨진 숙제다. 부끄럽지 않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