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구, 계양산 등산객과 '통행 전쟁' 끝에 철조망 설치
등산로 초입부터 정상까지 계단만 수천 개. 일명 '계단산'으로 불리는 인천 계양산에 끝이 뾰족한 철조망이 곳곳에 깔리고 있다. 계단을 거부하고 샛길로 다니는 등산객과 이를 막기 위한 계양구의 숨바꼭질이 갈수록 과격해지는 양상이다.

지난 17일 계양구 계양산 하느재고개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양옆으로 원형 철조망이 처져 있었다. 철조망엔 '샛길 통행 금지구역입니다. 지정된 등산로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붙었다. 테두리에 뾰족한 쇠붙이들이 붙어 있었다.

허용된 길로 가지 않는 등산객을 차단하기 위해 구가 들고나온 고육지책이다.

등산객 조현정(53)씨는 "계양산 정상 가는 길이 계단투성이라 무릎 관절이 좋지 못한 중년 노인들은 산등성 따라 난 계단 등산로가 아닌, 주변 샛길로 많이 빠진다"며 "그렇다고 철조망까지 등장하니 왠지 무서운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인천 계양구 어디에서 시작하든, 계양산 정상으로 가려면 적어도 계단 1000개 이상은 밟고 올라야 한다. 산 중턱에 위치한 하느재고개부터 정상까지는 '깔딱고개'로 불린다. 직선거리로 700여m 등산로에 설치된 계단만 800여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계양구에서 등산용품 매장을 운영하는 정모(46)씨는 "자연을 만끽하기 위해 산을 찾는 사람들은 계단이나 포장도로가 싫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계양산은 계단 구간이 워낙 밀집돼 있다 보니 산을 직접 밟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샛길을 만들어 다닌다"고 귀띔했다.

지난주부터 철조망을 설치한 계양구는 "오죽했으면 그랬겠냐"는 설명이다. 샛길로 빠질 경우 뒤따를 안전사고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계양구 관계자는 "올해만 샛길에서 2회 산불이 났고 지난 15일에는 노숙자가 샛길을 따라 들어가 불법 가건물을 설치하는 일도 있었다"며 "처음에는 고사목 울타리도 치고 가시나무도 심어 봤지만 샛길로 가는 등산객이 끊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상까지 워낙 가파르다 보니 계단처럼 인위적으로 해놓지 않으면 흙 쓸림이나 패임 등 사면이 훼손되고 넓어진다"며 "등산객들이 정해진 등산로만 이용하면 철조망은 철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