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 열거나, 기관장만 모이거나 … 선택해야

높은 자에게만 허락된 모임. 근거 없이 사모임에 동원되는 공무원들. 인맥을 활용한 청탁의 장. 인천지역 최대 사모임 인화회(仁和會)은 지역 대표 모임이라고 부르기에는 이미 많은 오명을 쌓아왔다. 지역 인사들은 지금이라도 인화회가 새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청렴과 투명성이 가장 중요한 청탁금지법의 시대이자, 시민이 우선인 촛불의 시대를 맞아 인화회에 제시되는 방향성은 '문호 개방' 혹은 '기관장 모임' 둘 중 하나다.

▲문턱 낮춰 '그들만의 리그' 탈피해야
인화회는 명백하게 높은 자에게만 허락된 모임이다. 회칙부터 지역 유지와 기관장, 기업체 대표만 가입할 수 있게 돼 있다. 가입 신청서를 내도 조별 총무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가입 여부를 좌지우지한다. 인화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근원에는 바로 '폐쇄성'이 있다.


만약 인화회에 지역발전을 위해 일하고 대화하길 원하는 일반 시민들이 가입할 수 있다면 어떨까. 불필요한 오해를 상당 부분 해소하면서 더 많은 목소리를 모으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인천시 공무원이 모임을 관리할 명분도 생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금은 촛불이 정권을 탄생시킨 시대다. 공적인 곳이라면 시민이 어디든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라며 "평범한 시민들이 인화회에 참여해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장만 모이는 것도 방법
인화회 회원 220명 가운데 102명이 기업인이다. 병원이나 금융권 관계자, 학원 관계자 등을 포함하면 사인(私人)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을 훌쩍 넘긴다. 순수한 마음으로 참여하는 이들이 다수겠지만, 오랜 활동으로 확보한 '영향력'을 과시하며 공공영역에 개입하는 이들도 있다는 증언이 이어진다. 


청탁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선 타 지역처럼 기관장만 모이는 것도 방법이다. 이미 대구시, 세종시, 강원도 등이 그렇게 하고 있다. 인화회도 1966년 처음 만들어질 당시에는 기관 사이의 업무를 조율하기 위한 연락모임이었다.


지역의 한 인사는 "다른 지역 모임을 보면 인화회는 정말 이상한 형태"라며 "순수 기관장 모임으로 변화한다면 구설수와 오해가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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