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옥 인천시 동구의회 의장
인천은 1883년 개항 직후에는 청·일 조계지로서, 6·25 전쟁 때에는 한국전쟁 중심지로서, 1960∼70년대에는 수많은 수출산업공단이 설립되어 수도권의 주요 수출입 항만으로서, 그리고 2000년대 들어서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의 개발로서 각광을 받았다. 그런 인천은 이제 양적 발전보다는 질적 발전을 꾀해야 한다. 오늘을 있게 한 원도심과 새롭게 발전하는 신도심이 상생하는 도시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 시작은 대중교통망이다. 원도심과 신도심을 연결하는 교통망, 특히 도시철도망은 인천이 글로벌 도시로서 성장하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그것이 곧 질적 발전의 답이다.

인천발전연구원은 얼마 전 '인천시 균형발전 전략 평가와 새로운 전략 모색'을 발표했다. 인천은 송도·청라 신도시 등 경제자유구역과 남동구 논현지구 등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이외에 특히 대표적인 중·동·남구의 원도심 침체는 물론 서구·부평·계양구와 연수구 일부(옥련동)까지 급속도로 쇠퇴하고 있다고 한다. 신도심과 원도심이 점점 더 명확하고 깊이 있게 격차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쇠퇴지역에는 인구 감소와 산업 이탈(총 사업체 수 감소), 주거환경 악화(건축물 노후화) 등이 심화되고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하고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경인철도와 경인고속도로 등 광역교통 인프라 주변의 경우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쇠퇴지역 분포 밀도가 높고 쇠퇴수준도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낮은 토지이용도와 이동성 장애, 지속적인 소음·먼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드디어 첫 발걸음을 내디딘 경인고속도로 일반화 사업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원도심 활성화와 지역 간 균형발전을 꾀할 가장 강력한 수단은 지금으로선 인천을 아우르는 '서클라인 철도망', 즉 대순환 도시철도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과거 서울의 도시철도망을 봐도 9개 지하철도선 중 서울을 아우르는 순환선을 2호선으로 조기 착공·운용함으로써 지역 편차를 줄이고 사방팔방으로 교통 인프라를 구축했다. 서울의 다양성과 균형적 발전상을 볼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한다.
과거 수도권 주변도시에 머물렀던 인천의 위상은 이제 바다로, 하늘로, 세계로 뻗어나가는 대한민국의 전초기지다. 그 역할을 해내며 21세기 대한민국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넘어 세계 중심도시로서 구실을 다하려고 한다면, 무엇보다도 현재 인천의 불균형 발전을 균형 발전으로 변모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비록 당장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더라도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서는 중구·동구·남구의 원도심뿐만 아니라 점점 원도심화하는 서구·부평지역을 아우르는 철도망의 조기 착공이 반드시 필요하다.
중앙정부(국토교통부)도 전향적이고 거시적 안목에서 인천의 대순환선 조기 착공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대순환선 하나로 원도심 등의 쇠퇴지역 인구감소, 상권 약화, 주거기능 약화 등의 지역 불균형은 단숨에 나아질 수 있다. 이를 위해 동구의회는 대순환선의 조기 착공을 촉구하는 동구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국토교통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힘을 모은다면, 곧 눈앞에 다가올 현실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정치인과 행정가뿐 아니라 인천에 몸을 담고 있는 이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앞으로 100년을 준비하기 위해 우리 모두 전력투구할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