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최초의 시립미술관 건립과 시립박물관 이전을 위한 인천뮤지엄파크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인천문화재단이 '아젠다' 발굴 세미나를 독자적으로 열어 혼선을 빚고 있다.

시는 지난 8월 이 사업의 기본계획 수립과 타당성 조사 용역을 체결해 추진체계·아젠다 등을 협의하고, 건립추진위원회 1차 회의도 열었다. 지난달 9일에는 현장 용역설명회를 갖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문화재단이 그제 개최한 '인천뮤지엄파크 건립추진을 위한 아젠다 발굴 세미나'는 재단이 숨겨진 사업운영의 주체로서 또 다른 사업 방향을 제시하는 인상을 남겼다.

그동안 시가 추진한 용역사업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또 세미나 발제와 토론은 대부분 미술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돼 박물관과 미술관에 대한 균형 있는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문화재단 최진용 대표는 "지난 9월 시립미술관 추진회의에서도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기로 해 다양한 의견을 담아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시 문화예술 담당부서와도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된 행사로 밝혀져 따로 노는 행정 낭비라는 빈축을 샀다. 뮤지엄파크 사업의 '헤드쿼터'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세미나에서는 용현·학익지구 5만809㎡(1만5369평)에 박물관과 미술관의 공존은 재고할 사항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유구한 도시일수록 도심에 박물관 그룹이 조성돼 있는 것처럼 각 지역의 특성을 바탕으로 '스토리텔링'식 박물관 타운을 육성하자는 것이다.

결국 이번 세미나에서 미술관 건립의 당위성은 확산된 반면, 시립박물관 이전을 반대하는 불씨를 지핀 꼴로 됐다.

인천뮤지엄파크는 시민이 향유할 문화유산을 구축하는 작업이다. 추진 체제를 명확히 하고, 하드웨어 경향에서 벗어나 전시, 기획, 연구인력 등을 육성해야 한다. 시설의 확장성까지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

사심 없이 인천 역사상 최초의 시립미술관 건립뿐만 아니라 시립박물관 이전에 대한 개념과 철학은 어떠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가뜩이나 좁은 부지 형편에서 선택과 집중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 것인지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