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를 포기하겠다는 남경필 지사의 발언으로 인한 파장과 여운이 길다. 느닷없이 나온 발언 때문인 듯 충격은 쉽게 가라 앉지 않는다. 동기가 불손하다는 주장에서부터 노이즈마케팅, 주권모독이라는 의견까지, 한 마디로 비판 일색이다. 지난 주 경기도청 공무원노조도 성명을 발표했다. 공무원노조는 남지사의 경기도 포기발언이 "1300만 경기도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1만 2000여 공직자를 충격과 혼란에 빠뜨렸다"며 "산적한 도정과제 해결과 혼탁해진 공직사회 개선에 매진해 달라."고 요구했다.

지금까지 남경필 지사는 도지사로서나 유력한 대권주자로서 경쟁을 벌일 때도 미처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거나 실천하지 못하는 주장들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많은 한계 속에서도 연정을 도입해 뚝심 있게 실천해 왔고, 대선 당시에는 모병제와 수도 이전 등 강단 있는 주장들을 들고 나와 참신하다는 반응을 얻기도 했다. 그에 비하면 이번 경기도 포기 발언은 뜬금포로 인식된다. 초조한 속내만 보여주고 말았다는 게 도민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주지하다시피 최근 남 지사의 정치적 입지는 매우 불안하다.

그가 속한 바른당의 지지율이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 지지하는 듯 했으나 실현되지 못했고, 그나마 홍준표 대표에 의해 도지사 후보를 거부당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지켜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가 설자리가 마땅치 않고 마냥 위태로워 보인다. 그런 와중에 나온 게 광역서울도 발언이라고 보는 것이다. 필시 정치인으로서 밑천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일부의 거친 시각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든든한 철학적 기반 없이 감각에 의존해 온 정치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주장이다. 혹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에 있었던 '서울시 봉헌' 발언을 떠올리게 했다며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라고 충고하기도 한다.
설령 자기의 주장이 백번 옳다 해도 대중이 그르다 생각하면 기다릴 줄도 아는 게 정치인의 덕목이다. 하물며 모두 그르다 생각하는 주장을 밑도 끝도 없이 내던지는 태도는 동의 받기 어렵다. 잘못됐으면 사과부터 하는 게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