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구, 구의회 의결 뒤 내년 4월 준공 계획
공청회 생략 … "추후 주민 설명회 고려할 것"
계양구가 인천 최초로 반려견이 목줄 없이 뛰어놀 수 있는 쉼터를 오는 4월까지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전국 반려견 놀이터는 10여개. 개장하고도 문을 닫는 곳이 있을 정도로 시설을 반대하는 입장도 적지 않은 마당에 계양구는 "일단 추진하면서 생각해 보겠다"는 분위기다.

17일 계양구와 계양구의회 등에 따르면 계양경기장 유휴부지에 약 2000㎡ 규모의 반려견 쉼터 조성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시 소유인 계양경기장 유휴부지 11만4977㎡(3만4780평)를 무상으로 임대받은 계양구는 애초 초화군락지와 양묘장, 실버농장을 만들던 이 땅 한 쪽에 반려견 쉼터도 만들겠다는 것이다.

계양구는 지역 내 2만7000세대에서 총 3만5000마리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개에 물리는 사고가 잇따르며 반려견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계양구는 반려견 쉼터를 일반인과 반려견주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 보고 있다. 쉼터에서 반려동물 교실 프로그램 등도 운영해 올바른 반려견 문화 조성의 장으로 삼겠다는 포부다.

문제는 계양구가 반려견 쉼터 반대 목소리를 인지하면서도 주민 공청회 등 의견 수렴 과정은 생략했다는 점이다. 18일 계양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끝으로 관련 예산이 구의회 의결을 거치면 당장 4월이 준공 목표다.

계양경기장 주변 한 아파트 주민 A(45)씨는 "반려견 쉼터를 구석으로 뺀다고 해도 반려견이 그곳까지 가기 위해선 일반 이용객과 마주칠 수밖에 없다"며 "개들이 몰리는 공간을 추진하면서도 이를 우려하는 주민 의견은 무시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려견 놀이터는 주민 공청회를 거쳐야 하는 의무 대상은 아니다. 지자체 결정에 의해 설치되는 구조이다 보니 조율되지 못한 주민들 의견이 뒤늦게 터져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서울 서초구는 반포근린공원 근처에 예산 2200만원을 들여 660㎡ 규모의 반려견 놀이터를 만들었으나 주민 반발에 부딪혀 개장조차 하지 못했다. 부산 해운대구도 일부 반발로 반려동물 시설 조성을 2년째 추진만 하고 있다.

반려견 쉼터 대상 부지를 놓고도 지적 사항이 나온다. 인천시로부터 2년 단위로 빌려 쓰는 이 땅에 시가 새로운 개발 사업을 세우면 계양구 살림은 모두 빼야 할 수도 있다. 반려견 쉼터 예산은 2억여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계양구 관계자는 "18일 구의회 의결로 사업이 추진된다면 추후 주민 설명회 등도 고려 중"이라며 "해당 부지 계약 기간이 2년이지만 1년씩 자동 연장돼 적어도 5년 이상은 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