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의 사퇴 요구에 단장 '버티기'…감독-코치 '불편한 동거'
서포터즈 일부 "대표·감독 물러나라"…시 "인사 개입은 월권"
인천유나이티드가 감독 및 코칭스태프의 거취 문제(인천일보 12월 14·15일자 17면)는 물론, 내부 인사개편을 둘러싼 불협화음으로 혼돈의 시간를 보내고 있다.

게다가 일부 서포터즈가 감독과 대표이사의 동반사퇴 요구를 관철하고자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등, 해결의 실마리가 찾아지기는 커녕 상황은 더 꼬여가고 있다.

강인덕 대표이사는 최근 김석현 단장(사내 등기이사)을 만나 '사퇴'를 요구했다. 내년 시즌을 앞두고 새판을 짜야한다는 게 주요 이유다.

하지만 김 단장은 '뚜렷한 귀책 사유가 없다'며 이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이사회 승인을 거쳐 임명된, 엄연히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단장을 사퇴시키려면 그 이유가 명백해야하는데 본인은 그럴 만큼 잘못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강 대표는 17일 "김 단장에게 이번 주까지 시간을 줬다"며 사퇴를 거듭 압박했다.

하지만 김 단장은 현재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버티기에 들어갔다.

"드러나게 맞서기보다는 바짝 엎드려있으면서도, 강 대표의 밀어붙이기에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이처럼 대표와 단장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팀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고 있고, 다음 시즌에 대한 팬들의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아울러 이기형 감독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도 수그러들기는 커녕 더욱 확산할 조짐을 보인다.

우선, 내년에도 계속 지휘봉을 잡을 수 있을 지 의견이 분분했던 이기형 감독의 거취 문제는 '유임'쪽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강인덕 대표와 이기형 감독은 17일 만나 코칭스태프 및 선수단 구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강인덕 대표는 "올 시즌 불거졌던 여러가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 숙제를 줬고, 이 감독이 이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찾아온다면 같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이기형 감독과 임중용 코치가 과연 함께 갈 수 있는냐'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인천의 레전드 임중용 코치는 올 시즌 내내 자신을 견제해 온 이 감독으로부터 최근 "다른 곳을 알아봐도 된다"는 전화를 받은 뒤 경질설이 불거졌다 이를 성토하는 팬들의 여론이 봇물을 이루면서 강 대표가 "함께 갈 것"이라고 선언, 팀 잔류가 확정적이다.

이 때문에 이기형 감독과 임중용 코치는 다시 동거해야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섣부른 봉합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게 안팎의 중론이다.

이와 함께 올 시즌 종료 직전부터 줄기차게 강인덕 대표와 이기형 감독의 동반사퇴를 주장했던 일부 서포터스들의 강력한 반발 역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들은 지난 주 구단주인 유정복 인천시장을 직접 만나 "강 대표와 이 감독이 모두 물러나야 한다"는 뜻을 전달했고, 유 시장이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이번 주 중 기자회견을 열어 주장을 공론화하는 등 행동에 돌입하기로 했다.

한 서포터즈의 대표 A씨는 "현재 인천유나이티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문제는 이기형 감독의 무능과 강인덕 대표의 미숙한 행정처리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둘이 함께 사퇴하는 것만이 꼬인 현재 상황을 풀수 있는 유일한 열쇠"라고 말했다.

이에 인천시 관계자는 "서포터스가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구단 인사에 너무 깊숙히 관여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월권이라는 비판이 있다는 것을 그들도 알아야 한다. 결국, 모든 것은 대표가 최종 결정하고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