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의회 초유 사태 '물의'
"사무처 직원 무삭제 실수로"
시의회측 "절차상 문제 없어"
본회의 '형식적 심사' 드러나
"확인 조차 않고 아무도 몰라"
지방의회 예결특위가 삭감키로 한 예산이 원안대로 본회의에 통과하는 지방의회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부천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시의원들의 찬반 토론 끝에 전액 삭감하기로 한 예산이 본회의에서는 삭감되지 않은 원안대로 통과한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시의회 예결위에서 의회사무처 직원이 삭감 예산 목록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해당 예산이 전액 삭감된 사실을 빠트리는 실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부천시와 부천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는 이달 7일 제224회 정례회 예결특위를 열고 자유총연맹 부천시지회의 내년도 운영비와 사업비 예산 7700여만원을 삭감키로 했다.

자유총연맹 부천시지회가 올해 지나치게 본연의 임무를 떠나 정치색을 드러냈다는 이유에서다. 예결위원 9명 가운데 5명 이상이 예산 삭감에 찬성했다.

그러나 이달 12일 열린 제224회 정례회 3차 본회의에 상정된 '2018년도 일반·특별회계 예산안'에 이 단체의 운영비와 사업비가 고스란히 포함됐고 결국 통과했다.

예결위원 9명은 물론 시의회 전체 의원과 사무처도 이 사실을 본회의 통과 때까지 파악하지 못했다.

예결위에서 삭감된 예산을 재편성하려면 의원 10명의 동의를 얻어 한 의원이 수정안을 발의한 뒤 찬반 토론을 거쳐 투표해야 한다.

그러나 자유총연맹 부천시지회 예산과 관련해 이번 본회의에서는 이런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

부천시의회는 의회사무처 직원이 삭감 예산 목록인 '삭감 조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의회 관계자는 "예결위원들이 찬반 토론을 해 자유총연맹 부천시지회의 내년도 예산을 전액 삭감했는데 의회 직원이 삭감 조서를 쓸 때 이를 빠트렸다"며 "본회의에는 삭감되지 않은 예산이 올라가 통과했기 때문에 절차상 본회의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부천시의 한 공무원은 "기초의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단순히 실수라고 해도 그동안 얼마나 형식적으로 시의회가 예산 심사를 했는지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마디로 예결위가 삭감한 내용이만 최종 본회의에서 어느 의원도 확인해 보지않고 통과 시킨 것은 의회사무처 직원만 탓할 일이 아니란 지적이다.

부천시 관계자는 "현재 자유총연맹 부천시지회와 관련한 내년도 예산은 편성된 상태"라며 "담당 부서가 예산 집행을 하지 않는 방안 말고는 예산을 다시 삭감할 다른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부천=강훈천 기자 hck122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