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AG 정식종목 탈락 되자 대한체육회 올해부터 중단
파리 올림픽 채택 '파란불'…협회장 "시, 문제해결 나서야"
올해 인천에서 처음 인천아시아크리켓선수권대회가 열리지만 오히려 크리켓 국가대표 선수들은 체계적인 훈련을 할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크리켓이 지난해 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대회 정식 종목에서 탈락하면서 대한체육회가 국가대표 훈련 지원을 올해부터 중단했기 때문이다.

대한크리켓협회는 "우리나라에서 국제대회가 열리는 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에서 한 번 탈락했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대표 훈련 지원을 끊으면, 2013년부터 꾸준하게 일궈놓은 모든 성과가 물거품이 되면서 자칫 크리켓 종목의 명맥이 끊길 수도 있다"며 하소연을 하고 있다.

▲인천서 열리는 국제대회, 훈련 지원은 중단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지난해 인천크리켓협회와 인천시가 제출한 제1회 인천아시아크리켓선수권대회 개최 및 지원 안건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인천크리켓협회와 대한크리켓협회는 오는 9월2일부터 2주 동안 남녀 각각 8개국이 참가하는 인천아시아크리켓선수권대회를 인천 서구 연희동 크리켓전용경기장에서 치를 예정이다.

대한크리켓협회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첫 대규모 크리켓 국제대회에 인도와 파키스탄, 호주 등 크리켓 강국의 참가를 유도,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를 계기로 한국에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크리켓이 국내에 굳게 뿌리내리고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는 각오다.

하지만 대한크리켓협회는 처음부터 난관에 부닥쳤다.

지난해 9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집행위원회 및 총회를 열어 2018년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에서 크리켓을 제외하기로 결정한 것을 이유로 대한체육회가 올해부터 크리켓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 지원을 중단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승인으로 국비와 시비 지원을 통해 대회를 치를 예산은 확보되었지만, 정작 대회에 출전할 대표 선수들은 제대로 훈련을 할 수 없는 황당한 상황에 빠져버린 것이다.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를 겨냥해 2013년 인천크리켓협회를 중심으로 불모지 한국에서 어렵게 싹을 틔우고 매년 이를 기념하는 소규모 국제대회를 한국과 일본, 홍콩 등에서 치르며 저변 확대에 힘써온 대한민국 크리켓 입장에서는 이 상황에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근시안적 태도 버리고 꾸준한 투자 절실"
2013년 말부터 훈련을 시작한 우리 대표팀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와 2015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동아시아대회 등을 통해 꾸준히 경험을 쌓으면서 기량이 날로 상승하고 있는 데, 갑작스런 훈련 지원 중단으로 대표선수들이 뿔뿔이 흩어질 위기에 처했다.

또 올해 8월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OCA총회에서 차기 개최지 중국(항저우)이 크리켓을 다시 정식 종목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도 지원 중단 결정에 아쉬움을 표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크리켓은 2010광저우아시아경기대회에서 개최국 중국이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했고, 이후 중국은 꾸준히 이 종목에 투자를 해왔기 때문에 크리켓이 항저우 대회 때 배제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게 대한크리켓협회의 판단이다.

아울러 차기 대회(항저우AG→파리올림픽→나고야AG→LA올림픽) 개최지 중 하나인 2024년 파리올림픽에 크리켓이 들어갈 가능성도 높다.

지난해 로라 플레셀 프랑스 체육부장관은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1900년도 파리올림픽에서 영국이 크리켓 종목에서 프랑스를 이기고 금메달을 딴 것을 상기시키며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 인기가 높고 최근 프랑스에서도 급성장하고 있는 크리켓을 올림픽 종목에 포함시키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크리켓은 전 세계 20억명 이상의 시청자를 형성하고 있는 세계 3대 스포츠로, 영국과 호주, 캐나다,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 많은 국가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고, 이에 따른 선수연봉, 광고, 중계권 등 스포츠산업에도 높은 부가가치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도 지나칠 수 없다.

김남기 대한크리켓협회 회장은 "실제, 인도크리켓리그(IPL) 선수들의 평균연봉은 390만 달러로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연봉(400만달러)에 버금간다. 이 정도로 크리켓은 꾸준히 투자할 경우 어마어마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종목이다. 그럼에도 단지 2018아시안게임 종목에서 탈락했다는 이유로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태도"라고 꼬집었다. 이어 "크리켓은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의 유산이고, 인천 서구는 국내 유일의 크리켓전용경기장을 보유한 곳이다. 크리켓과 인천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인천시가 중심을 잡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