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발수술 학생 3년만에 발견
병원 "인체 무해 … 과실 없다"
인천의 한 대학병원이 평발수술 환자의 발에 의료용 드릴 조각을 넣은 채 봉합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당시 중학생이던 소년은 이를 모른 채 3년간 이물질을 몸에 품고 살았다.

A대학병원은 2015년 수술 환자였던 B군(14)측 이의제기를 통해 의료용 드릴 파편이 들어갔음을 파악했다고 18일 밝혔다.

B군은 2015년 A병원에서 평발교정술을 했다. 발의 뼈를 철심으로 고정하는 방법이었다.
최근 발에 고정된 핀을 제거하기 위해 다른 정형외과를 찾아 X-선 촬영을 했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뼈 안에 철심 이외에 2㎝짜리 이물질 2개가 보였다. <사진>

알고 보니 A병원이 뼈에 구멍을 낼 때 사용했던 드릴이 부러지며 그 조각이 뼛속에 그대로 박혀있던 것이다.

B군 보호자에 따르면 A병원을 찾아가 항의 했으나 병원측은 의료사고나 과실이 아니라는 태도를 취했다. 단단한 뼈를 뚫는 과정에서 골절을 보호하기 위해 뼈보다 무른 소재의 장비를 쓰다 보니 부러지기 쉽다는 것이다. 아예 부러진 조각이 몸 안에 남을 것을 감안해 인체에 해가 없는 특수소재로 드릴을 만든다고도 설명했다.

다만 수술 후 장비가 뼈에 박혀있다는 사실을 병원측이 알고도 환자에게 고지하지 했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B군의 의무기록에 고지했다는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B군은 최근 타 병원에서 드릴 제거 수술을 받은 상태다. 시간이 오래 지나며 드릴 파편이 피부조직·혈관 등에 가까이 붙어 있어 수술이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B군측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그의 보호자는 "아이가 자주 발이 아프다고 했는데 이런 줄도 모르고 괜찮아 질 거라고만 했다"며 "담당교수가 아닌 레지던트가 대리수술을 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A병원 관계자는 "그 드릴은 평생 몸 안에 들어있어도 되는 재질"이라며 "수술과정에서 잘못된 게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병원 정형외과 의사는 "배 안에 가위를 넣고 꿰맨 것과 다르지 않은 사건"이라며 "몸에 남아도 상관없는 이물질은 존재하지 않으며 더군다나 환자에게 사실을 모르고 지냈다면 문제"라는 의견을 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